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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1월 17일 2023학년도 수능 당일 전남의 한 고사장에서 영어 듣기평가 방송이 시스템 오류로 인해 나오지 않았다.
당시 제3교시 영어영역 시험은 오후 1시 10분부터 25분 동안 듣기 평가를 하고 나머지 시간 동안 독해 문항을 푸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시스템 오류가 해결되지 않자 고사본부는 학생들에게 독해 문제를 먼저 풀도록 안내했다.
이후 시험이 끝나기 전 듣기평가를 다시 실시했으며 수험생들은 2분의 추가 시간을 받았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원성이 빗발쳤고 항의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해당 고사장에서 수능을 치른 학생 487명 중 16명이 이듬해 3월 “듣기 평가를 먼저 실시하고 독해 문항을 푸는 학습 루틴대로 준비해 온 응시생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시험에 영향을 끼쳤다”며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1인당 1000만 원씩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듣기평가 방송과 관련해 공무원들의 사고 후 대처가 미진한 면이 있지만, 관련 매뉴얼 등을 종합했을 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정도의 불법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시험 전날 여러 차례 시험장의 방송 점검이 이뤄졌지만 방송 관련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공정성을 위해 감독관의 통신기기 사용이 제한되는 시험 상황에서 시험장 안내가 육성으로 이뤄진 것은 듣기평가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은 데 따른 부득이한 조치”라고 했다.
이어 “수능 영어영역 시험에서 듣기평가를 가장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법령상 근거는 없다”며 “이 사건에서처럼 방송사고가 발생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듣기평가를 나중에 실시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