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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덕에 학업 마쳤죠” 신춘호 마지막 길 찾는 인연들

김무연 기자I 2021.03.29 15:03:22

한 중년남성 “1981년 율촌장학회 도움 받아” 밝혀
농심 라면 공장에서 일한 여직공, 빈소 찾기도
야구인 박찬호 “고인 장남 신동원 부회장과 인연”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라면왕’ 신춘호 농심 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건 정·재계 인사 뿐만이 아니었다. 살아 생전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고(故)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사진=농심)
29일 농심에 따르면 지난 28일 저녁 한 중년 남성이 신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빈소를 방문했다. 빈소를 방문한 남성은 자신을 “1981년 율촌장학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학업을 마쳤던 사람”이라고 밝히며 조문했다고 한다. 농심 관계자는 “해당 남성에게 자세한 사정을 듣고자 했지만, 방명록에 짧은 글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생전에 “기업활동을 통해서 번 돈을 보람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라며 “기업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잊지 말고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되돌려줘야 한다”고 나눔철학을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1955년 재단법인 ‘화암장학회’ 설립하고, 지난 1984년 ‘율촌장학회’로 재단명을 변경한 뒤 이사장에 취임해 나눔 활동에 힘써왔다. 율촌장학회는 장학 사업 뿐만 아니라 기초 자연과학 연구, 해외 교포를 위한 한국어 교재 개발 등 다양한 학술 지원활동을 전개해 왔다. 고인은 별세 전 자신이 입원해 있던 서울대병원에 10억원을 기부기도 했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자신을 농심 라면 공장의 여공이었다고 밝힌 중년 여성이 찾아오기도 했다. 해당 여성은 생전 신 회장과 일면식은 없었지만 자신이 몸담았던 고인이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빗길을 뚫고 달려왔다고 했다.

야구선수 박찬호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의 빈소에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야구인 박찬호도 오후 12시 10분 쯤 빈소를 찾아 신 회장이 가는 길을 추모했다. 박찬호는 “고인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과 1996년 지인의 소개로 처음 뵀다”라면서 “샌디에고 파드레스 고문으로 있을 때, 신라면 컵 조형물을 구장에 설치할 수 있도록 도왔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대표 식품인 신라면을 매이저리그 대표 구장인 파드레스 구장에 설치 할 수 있게 되어 자랑스러웠다”라면서 “한국경제에 큰 발자취를 남기신 신춘호 회장님이 떠나가셔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라고 했다.

1930년에 태어난 신 회장은 형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와 함께 회사를 일궈오다가 1965년 독립하고 라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1986년 신라면을 출시해 국내 라면 시장을 석권했고, ‘새우깡’ 등 스낵 분야에서도 무수한 스테디셀러를 만들어 내 국내 식품 시장을 주도해왔다.

신 회장은 지난 27일 새벽 3시38분께 가족이 보는 가운데서 눈을 감았다.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5시에 진행되며, 오전 7시에 영결식도 행할 예정이다. 운구차는 신 회장 자택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본사를 거쳐 장지인 경남 밀양 선영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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