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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되는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를 앞두고 법원은 청와대 앞 200m 거리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행진을 허가했다. 다만 행진은 오후 1시부터 5시 30분까지, 집회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로 제한했다. 일부 조건을 달긴 했지만, 집회·시위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우선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警, 청와대 인근 율곡로 북단 일괄 제한…재벌 ‘정찰제 판결’ 떠올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장순욱)는 이날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극심한 교통 혼잡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며 율곡로 북단 집회와 행진을 원천 차단한 경찰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법원은 지난 주말 4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청와대 인근 율곡로 북쪽 구간인 창성동별관과 재동초등학교까지 행진에 대해 제한적이지만 낮 시간대인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 허용한 바 있다.
잇단 법원의 결정에도 경찰이 매번 집회·시위를 차단하는 태도에 대해 청와대 ‘심기 경호’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높다. 과거 법원이 ‘경제발전 기여’ 등을 내세워 대기업 총수들에 대해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란 ‘정찰제 판결’을 내렸던 것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경찰은 퇴진행동 측이 지난 22일 신고한 13개 행진 코스 중 세종대로에서 신교동 교차로와 삼청로, 자하문로, 사직동 주민센터 등 방향으로 행진하는 4개 코스에 대해 율곡로 남단인 시민열린마당 앞까지로 행진을 제한하는 통고를 했다. 또 푸르메재단 앞 인도와 새마을금고 광화문본점 앞 인도, 정부청사 창성동별관 앞 인도, 세움 아트스페이스 앞 인도 등 별도 4곳의 집회는 금지 통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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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신고를 할 때마다 청와대를 비호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법원이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환영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경찰이 권력을 비호하고 청와대로 가는 길을 막으려는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결정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난번처럼 일몰 시간대 행진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은 이같은 (대규모 집회·시위)사안에 대해 치안비서관의 통제와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경찰 수뇌부가 집회 통제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이어 “경찰은 청와대에 ‘이렇게 금지했다’는 면피성 신호를 보낸 뒤 법원의 결정을 따르려는 생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청와대와 물리적으로 너무 가까운 율곡로 북단에서 변수나 상황이 발생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며 “최근 강경기류로 나가고 있는 청와대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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