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원구성 협상에 실마리가 될 국회의장직을 두고 야권에서 ‘자율투표’ 카드를 꺼냈다. 야권은 원구성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숫적 열세에 놓여 있는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했다. 자율투표에 붙일 경우 야권에서 국회의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게 불보듯 뻔한 까닭이다.
의장 선출 놓고 재점화된 자율투표 논란
야권의 자율투표 제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회의장 자율투표 선출 방식을 주장했다가 새누리당의 강력한 반발로 입장을 철회했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대표는 유감 표명에 재발 방지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점이 다르다. 국회법에 따라,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의장은 7일까지 선출돼야 한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처음에는) 설명도 없이 자율투표 한다 하니까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엔 원구성이 7일까지 안되고 쇠가 달궈졌다. 우리가 역할할 때가 됐으니까 안철수 대표가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장을 확보하면 법사위와 예결위를 더민주에 주겠다고 했다”며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에게도 얘기를 했는데 우 대표는 법사위, 운영위, 예결위를 주면 (의장을) 하라고 했다”고 그간의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여야가 각자의 패를 보였으니 협상을 진전시켜야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자율투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국민의당은 후보나 당을 보고 고민하고 있다”며 “당론을 결정하더라도 자율투표”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 38표도 단결될지 안될지 그건 노바디 노우즈(아무도 몰라)”라는 말로 투표 결과가 일방적으로 한 쪽으로 치우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야권인 더민주 의장 후보가 아닌 새누리당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더민주 역시 의총을 통해 국민의당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여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 과정에서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의원들과 엇박자를 내는 모습도 연출했다. 김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제1당이 국회의장를 맡는 것은 상식”이라며 자율투표에 반대의사를 드러냈지만 자율투표 쪽으로 중지가 모이면서 체면을 구겼다.
부담 커진 새누리, 수용 가능성 있나
야권의 제안에 새누리당은 일단은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장 선출은 관례대로 여야가 합의해서 표결 처리한다”며 “야당끼리 (자율투표)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야권을 비판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국회의장과 상임위 배분을 연계해 협상에 나서고 있어 먼저 국회의장을 먼저 뽑자는 야권의 제안은 수용하기 어려운 처지다. 특히 입법권, 예산안 심의권, 국회 운영과 직결되는 주요 상임위인 법사위·예결특위·운영위를 놓고 더민주는 의장 양보 대가로 3개 모두를, 새누리당은 운영위 사수를 외치고 있어 평행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 거듭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어 새누리당이 교착 상태인 원구성 협상의 책임을 모두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여기에 당내에서도 자율투표에 대한 찬성 의견이 고개를 들면서 무턱대고 자율투표에 반대만을 고수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19대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갑윤 의원은 자율투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자율투표를 하더라도 여당에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전향적으로 자율투표를 받아들인다면 유력 후보로는 최다선(8선)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과 대권과 당권을 저울질하다 국회의장으로 급선회한 정세균 더민주 의원이 양당의 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3당 원내대표간 회동 결과와 새누리당의 결단에 따라서는 이번주안에 자율투표를 통해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선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