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매각 협상가격을 주당 5만 9000원으로 확정했다. 외부평가기관에 의해 산출된 금호산업 기업가치(주당 3만1000원) 대비 90.0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002990) 채권단은 금호산업 지분 50%+1주(1731만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박삼구 회장 측에 이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최소 1조 213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집해야 그룹 재건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당 5만9000원은 지난 2006년 12월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투자원금을 회수하기 위한 가격으로, 금호측이 제시한 보장수익(9%) 및 기회비용 이자 등은 제외된 가격이다. 미래에셋운용은 금호산업 지분 8.55%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앞서 미래에셋,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6개 기관으로 구성된 금호산업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지난 15일 회계법인으로부터 금호산업 기업가치에 대한 실사 보고서를 넘겨받은 후 두 차례 이상 협의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채권은행과 재무적 투자자들간에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이견이 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채권은행들은 과도하지 않은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안하자는 의사를 보였으나, 재무적 투자자들은 투자원금은 회수해야한다는 입장이 맞섰다. 결국 의결권의 60%를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들의 의견이 관철됨에 따라 박 회장의 자금모집에 대한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재무자문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해놓은 상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이 우호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호산업으로 손실을 입은 채권기관들이 워낙 많은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액) 한도가 이미 은행마다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다. 박 회장은 최근 인수에 성공한 금호고속을 재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려 했지만 채권단은 금호산업 지분을 되찾는데 계열사 자금을 활용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앞서 산업은행은 금호고속 인수전에서도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터미널 금호고속우리사주조합 등 계열사를 동원해 지분 인수 구조를 마련하자 제동을 건 바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은 박 회장 개인에게 부여된 권리로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주주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박 회장과 협상을 거쳐 최종 매각가격을 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과의 가격 협상에 실패하면 전체 채권단 결의를 거친 가격을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 있다. 박 회장이 이를 거부하면 채권단은 6개월내에 같은 조건으로 제3자와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으며 이 기간동안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은 효력을 상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