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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특혜 논란’ 세무사 시험…채점 미흡 확인
고용노동부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지난해 시행한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의 특정감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이번 특정감사는 지난해 세무사 자격시험에서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불공정 논란이 일면서 착수됐다.
1차와 2차로 나뉜 세무사 시험 중 2차 시험은 회계학 1·2부, 세법학 1·2부 등 4개 과목의 평균 점수가 높은 순서로 합격자가 결정된다. 다만 한 과목이라도 40점에 못 미치면 탈락이다. 그런데 지난해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에서 일반 응시생 3962명 중 82.1%(3254명)가 세법학 1부 과목에서 40점 미만을 받아 과락으로 탈락했다.
문제는 일반응시생의 80% 이상 탈락한 세법학 1부 과목에 대해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생 상당수가 면제를 받았다는 점이다. 국세 경력 20년 이상자 또는 10년 이상자 중 5급 이상으로 5년 이상 재직자는 1차 시험 모든 과목을 면제하고 2차 시험 중 세법학1·2부를 면제하기 때문이다. 이에 세무사 2차 시험에서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는 2019년 35명에서 지난해 151명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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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험 출제 분야에서는 관련 규정에서 정하는 출제·시행·채점 방법 등을 포함하지 않고 시험 시행계획을 수립한 점과 출제위원 선정 시, 자격담당자가 전산선정 시스템에 따라 부여된 위촉 우선순위대로 선정하지 않는 등 출제위원 위촉 규정을 미준수한 점이 확인됐다. 제2차 시험과목 전체 16개 문항 중 10개 문항에서 예상 난이도와 실질 난이도가 불일치했고, 난이도 조정과정이 미흡한 점 등도 확인됐다.
◇난이도 조작 등 핵심 의혹 8개 모두 ‘사실 아냐’
그러나 고용부는 핵심 의혹 사항들에 대해서는 위법·부당한 사실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며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무사 시험 응시생 등은 논란이 된 세무사 2차 시험의 난이도가 시험이 면제된 공무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조작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고용부는 출제의원이 외부의 영향력 없이 문제를 제출하고 난이도를 설정해 조작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또 응시생들은 국세청 출신 출제위원이 문제 출제에 개입했고, 회계학 1부 출제 문제의 경우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국세청이 문제 출제에 관여한 정황이 없고, 사전 유출 의혹 문제도 기존 기출 문제에 해당해 의혹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세법학 1부 ‘문제 4번’ 외부유료사이트 인용 △세법학 1부 ‘문제 4번’ 출제 오류 △제2차 시험 과목 간 채점조작 △부실 및 대리 채점 △채점 담당자의 감사회피 의혹 등도 문제가 없거나 사실이 아니라는 게 고용부의 결론이다.
김영헌 고용부 감사관은 “출제위원은 민간인이기 때문에 고용부에서 징계를 할 권한이 없다”며 “난이도 조작 등 의혹은 모든 출제위원이 다 공모해야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실제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산업인력공단 ‘기관경고’…직원 6명 신분상 조치
한편 고용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발견한 공단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 조치도 나선다. 먼저 공단에 대해 숙련위원과 비숙련위원이 적절히 위촉될 수 있도록 출제위원 선정방식을 개선하고, 적정난이도 유지를 위해 출제 시 난이도 검토기능을 강화토록 했다.
또 채점 일관성 미흡 문제에 대해서는 응시생 전원의 답안지를 재채점하는 등 보완방안을 마련해 채점의 적정성을 확보하도록 권고했고, 출제위원을 규정대로 위촉하지 않은 담당자를 포함해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상급자 총 6명에 대해 징계 등 신분상 조치를 하도록 공단에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문제들은 특정 직원 또는 부서만의 업무 소홀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기관 전체에 책임이 있다고 보아 공단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를 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세무사 자격시험과 같이 일반 국민과 해당 업무 경력자가 함께 경쟁하는 국가전문자격시험에서는 출제 및 채점에서의 공정성·적정성 확보가 특히 중요하다”며 “이번 감사결과에 따른 후속조치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세무사 자격시험, 나아가 국가전문자격시험 등에서 불공정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