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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004800)은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효성 사옥에서 제6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와 감사위원 선임안을 의결했다. 사외이사 선임안은 일부 반발 속에서도 통과됐지만, 감사위원 선임안은 표결도 해보지 못하고 부결됐다. 사전에 반대 의사를 밝힌 주식 수가 주총 참가 주식 수의 절반을 넘어선 탓이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밝힌 것.
효성의 지분구조를 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조석래 전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전체 지분의 36.97%를, 국민연금공단이 11.39%를 갖고 있다. 개인 소액주주의 지분율 총합은 43.21%다. 하지만 현행 상법상 감사 선임 시에는 각 주주당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대주주가 자기의 입맛에 맞는 감사 선임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실제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042660) 주총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켰던 조전혁 전 국회의원이 사외이사로는 선임됐지만 일부 기관 투자자의 반대에 부딪혀 감사위원에는 선임되지 못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물론 상당수 소액주주들과 기관 투자자 등도 반대표를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업기배구조를 연구하고 자문하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효성 주총에 앞서 회사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5명 전원에 대해 반대 권고를 밝혔다. 5명 중 3명은 감사위원 후보로도 추천됐는데 CGCG는 이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CGCG는 2007년부터 효성의 사외이사를 맡아 온 김상희 변호사 등에 대해 10년 안팎의 오랜 기간 동안 한 회사의 사외이사를 역임한 만큼 독립적인 의견을 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2013년부터 사외이사를 맡은 이병주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등에 대해서도 그 동안 대주주의 경영 행위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민구 서울대 명예교수나 이 고문은 조 전 회장, 이상운 부회장과 같은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에서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대개 너무 오랜 기간 감사위원을 맡았거나 해당 기업과 이해관계에 있는 경우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앞서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국내외 자문사들과 다른 의사를 표했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해외 자문사 ISS와 국내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는 합병 반대 의견을 각각 권고했지만 국민연금은 이와 달리 찬성 의견을 냈다. 당시 삼성물산의 경우 ‘지주사 전환 시 그룹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근거가 동원됐지만, 이 찬성 결정이 권력형 비리 게이트와 연루되면서 문형표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구속기소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