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월드컵 경기장은 전설적인 축구 선수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6만4000명의 함성과 웃음 소리로 가득했다. 국내 대표 축구게임 ‘FC 온라인’과 ‘FC 모바일’을 서비스하는 넥슨이 연 ‘2024 아이콘 매치’에서 펼쳐진 진풍경이다. 아이콘 매치는 ‘최강의 창’과 ‘최강의 방패’ 간 대결을 콘셉트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 축구선수들이 공격수 팀 ‘FC 스피어’와 수비수팀 ‘실드 유나이티드’로 나뉘어 축구 대결을 펼친 행사다. 게임 회사인 넥슨이 이 같은 행사를 연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 속 경험을 밖으로 꺼내 기존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축구 팬들을 게임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다.
◇6만4000명 함성 터진 넥슨 ‘아이콘 매치’
이번 아이콘 매치는 여러가지 이유로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2회에 빛나는 디디에 드로그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하기도 했던 티에리 앙리, 과거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에서 부동의 주장이자 센터백으로 활약한 카를레스 푸욜 등 게임 속에서만 볼 수 있던 선수들이 실제 한 경기장에 모두 모인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한 선수들 중 발롱도르 수상자만 해도 카카, 루이스 피구, 마이클 오언, 안드리 셰우첸코, 히바우드, 파비오 칸나바로 등 6명에 달한다.
|
|
도착한 후에도 관람석 어디 하나 빈 곳 없이 빽빽하게 채워진 모습이었다. 이는 FC 온라인 등 게임 이용자와 축구 팬들이 모두 모인 덕분이다. 실제로 FC온라인 이벤트 참가자 대상으로 열린 선예매 1만6000석은 10분만에, 일반 관람객 대상 4만8000석의 경우 1시간 만에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이날 관람석에는 당시에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학생들은 물론 과거 우상들을 보며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찾은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만난 관람객 중 한 명은 “레전드 선수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은 넥슨의 섭외력이 감탄스럽다”며 “게임에서 주로 쓰는 선수들이 직접 뛰는 모습을 보고 나니 옛날 생각도 나고 감동이 몰려온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크래프톤(259960)은 지난달 1일부터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 ‘펍지 성수’를 운영 중이다. 게임 속 공간을 오프라인에 구현한 체험형 팝업스토어로 테마를 바꿔가며 게임 이용자들을 만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293490) 또한 지난 7일과 8일 서울 서교동 판타지트에서 모바일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에버소울’을 테마로 한 팝업 카페 ‘커피스토펠레스’를 열었다.
이외에도 넷마블(251270) 자회사 엠엔비는 지난달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터시티점에서 쿵야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쿵야 레스토랑즈 용기상점’ 팝업스토어를, 엔씨소프트(036570)는 골프 브랜드 PXG와 ‘리니지M’ 협업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바 있다.
◇美·中 게임사도 활발
게임 밖에서 이용자들을 만나려는 건 국내 게임사 뿐만이 아니다. ‘포켓몬 고’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미국 게임사 ‘나이언틱(Niantic)’과 중국의 호요버스 또한 국내에서 다양한 콘셉트의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다.
먼저 나이언틱은 증강현실(AR)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살려 주기적으로 국내 여러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인천 송도에서 ‘포켓몬 고 사파리 존’을 열었다.
|
‘원신’ 등 서브컬처 게임으로 명성을 쌓은 호요버스 또한 적극적이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마포구에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원신 PC 라운지 in Seoul’을 선보였다. 이 PC라운지는 원신 이용자들을 위한 프리미엄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단순한 PC방을 넘어 굿즈와 테마체험 공간, 테마 메뉴 등을 통해 게임 속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점이 골자다.
|
각 게임별로 부스를 마련하고 이용자 참여로 이뤄지는 2차 창작물 전시가 진행된다. 또게임별 테마로 구성된 푸드트럭과 코스프레 퍼레이드, 게임 IP로 구성된 드론쇼도 열린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게임 경험을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는 전략은 기존 이용자들과의 유대감 형성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라며 “또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나 팬층이 겹치는 축구 같은 주제로 행사를 열면 새로운 이용자들 또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기업들 모두 적극 나서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