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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소재 중학교에 재학 중인 A군(15)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약 4개월간 같은 반 학생 B군으로부터 학폭을 당했다. A군의 어머니에 따르면 B군은 자신을 보고 웃었다는 이유만으로 쉬는 시간마다 A군 얼굴에 흉기나 주먹을 가져다 댔으며 “웃었어?”, “때릴까?”라고 말하며 위협했다고 한다.
A군의 어머니는 최근 아들이 쓴 일기를 보고 사실을 알게 됐다. A군은 일기에 “학교 가기 싫다. 어머니가 이거 보면 슬플까? 흉기로 찌르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학교에서 B군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 적었다. A군은 지적장애 3급으로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한다. 대신 힘들 때마다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갖고 있다고 한다.
특히 A군 가슴에는 상처가 깊이 남았다. A군 담당 의사는 ‘적응장애’ 진단을 내리며 “심한 스트레스와 부정 정서를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위축된 모습과 함께 등교에 대한 거부감,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다”며 “트라우마가 지속된다면 증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A군은 수업을 못 받고 있다. B군이 학폭 신고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맞신고를 해서다. A군의 어머니는 “진단서와 심리상태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리려던 찰나 학폭 신고가 접수됐다”며 “7일 동안 교실에서 수업받을 수 없는 ‘분리 조치’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순식간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것이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난다”며 “가해자와 다시 같은 반에서 수업받게 될까 봐 걱정된다. 형사고소도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가해자에 대한 선도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며 “1명의 가해자가 수십 명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하지만 재원 부족, 업무 과중을 이유로 단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폭력예방법에는 피해자의 피해 추정 신고 제한 조항이 없다”며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 기준 고시에는 피해 학생이 장애인이면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가중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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