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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한은은 2005년에도 177억달러 규모의 스와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갑자기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스와프 계약은 조기 종료됐다. 한은 관계자는 “2005년엔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외환보유액 활용을 위해 연금과 스와프 계약을 맺었다”며 “스와프 규모 만큼 외환보유액이 차감된다”고 밝혔다. 계약이 종료돼 연금이 달러를 돌려주기 전까지는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게 된다.
관건은 크게 두 가지다. 통화스와프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확정되지 않았으나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추가로 약 1000억달러의 신규 해외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고 2018년부터 100% 환오픈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에 대략 매년 300억달러 이상의 신규 환전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환전 수요를 감당할 만큼 통화스와프 규모가 클지 관심이다. 또 국민연금은 일평균 1억~2억달러 가량을 한전하고 있어 현물환 거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1%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고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또 하나는 외환당국이 환율 1400원을 막기 위해 달러 매도 개입에 적극 나서면서 올 들어 외환보유액이 270억달러나 줄어든 상황이다. 연간 단위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밖에 없다.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자본 유출 우려 증대 등으로 외환보유액 등 외환안전망 확충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때에 외환보유액 일부를 털어 연금에게 빌려줄 만큼 여유가 있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과다 외환보유액 논란’이 있었던 2005년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23일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외화단기자금 한도 조정’을 논의한다. 외화단기자금 한도가 상향 조정되면 이 역시 국민연금의 환전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을 판 후 이를 원칙적으로 국고에 납부하도록 돼 있다. 기존 해외 자산을 판 매도 대금으로 다른 해외 자산을 매입할 경우 환전 수요가 발생하지 않지만 국민연금이 보유할 수 있는 예치금은 ‘외화단기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월 평균 잔액 6억달러에 불과하다. 즉, 기존 해외 자산을 팔아 새 자산을 살 때에도 ‘환전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 관계자는 “(해외자산 판 대금을) 외화단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환전이 줄어들 것”이라며 “외화단기자금 한도로 인해 미리 달러를 사서 (예치금으로 쌓아두는 선(先)조달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외화단기자금 한도 조정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도록 돼 있는데 기재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한도에 도달할 만큼 단기외화가 많지 않았다며 한도 조정에 소극적이었으나 조금이라도 환전 수요를 줄이기 위해 한도를 상향 조정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