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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빠진 '그린뉴딜'…조명래 "경제·사회 체질개선 시작점"

최정훈 기자I 2020.07.22 15:20:27

22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 기자간담회 열고 그린뉴딜 사업 설명
“‘넷제로 지향’ 담은 것도 어려웠다…1200만t 감축 만족 안 해”
‘수돗물 유충’ 정수장도 그린뉴딜서 확대…“조사 후 제도 개선”
전기차 보조금은 해마다 줄 듯…“연구용역 마친 뒤 보조금 개편”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넷제로(Net-zero)가 어렵다고 합니다. 솔직히 정부 내 관료들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장관이 되고 나서 한 번도 설득을 포기한 적 없고 이번에 그린뉴딜에 넷제로를 지향한다는 표현이 담긴 것도 설득의 결과입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22일 서울 중구 세브란스빌딩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그린뉴딜에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담기지 않은 것에 대해 이 같은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조 장관은 이어 “그린뉴딜은 국가 경제와 사회의 체질을 개선할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그린뉴딜 사업에 최근 유충으로 문제가 된 고도화 정수장 확대가 담긴 데다, 핵심 과제인 전기차 보급은 보조금이 해마다 줄어들 전망이 포함돼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는 지적이다.

조명래 환경부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세브란스빌딩 대회의실에서 환경부 출입기자단과 그린뉴딜을 주제로 한 정책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사진=환경부 제공)
“‘넷제로 지향’ 담은 것도 어려웠다…1200만t 감축 만족 안 해”

지난 14일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총 73조 4000억원을 투입해 총 65만 9000여 개에 이르는 일자리를 창출할 그린뉴딜 사업을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코로나19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하지만 발표 직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73조원라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는 이른바 ‘넷제로’는 ‘지향’이라는 소극적인 표현에 그쳤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한국판 그린뉴딜은 일반적인 뉴딜과는 달리 한국 상황에서 고민해야 할 녹색전환에 대한 철학을 담으려 했다”며 “그린뉴딜의 일부인 온실가스 감축은 이번에 선정된 과제 중엔 효과가 큰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업으로 1200만t 감축 효과가 있지만 만족하려고 하지 않겠다”며 “5년간의 그린뉴딜 사업으로 통해서 온실가스 감축 성과가 나와 자신감이 생기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방향에 반영하고 그다음 그린뉴딜에 반영하는 호환적 관계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조 장관은 이번 그린뉴딜 사업에 넷제로 지향이라는 표현을 담은 것도 쉽지 않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지난해 정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포럼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최대 75%까지 줄이는 시나리오를 마련하는데도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시나리오를 만들 때도 넷 제로를 포함하자고 제안했지만 검토가 잘 되지 않았다”며 “시나리오상 재생에너지 60%까지 높이려면 엄청난 재원 필요하고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도 동북아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규모가 필요해 통제 불가능한 부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15일 인천시 계양구 병방동 한 주택에서 발견된 유충이 물병에 담겨 있다.(사진=연합뉴스)
‘인천 수돗물 유충’ 정수장도 확대…전기차 보조금은 해마다 줄 듯

이번 그린뉴딜에는 최근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고도화 정수장 12곳 확대도 포함돼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고도화 정수장에 설치된 활성탄지 정수장이 기존 정수장보다 세척하는 주기가 길어 유충이 상대적으로 살기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는 이유였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이날 “인천 부평은 10~20일 주기로 운영했는데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지만 30일 주기로 세척하는 곳도 문제없는 곳이 많았다”며 “다만 인천 공촌은 지난해 9월에 준공돼서 처음 맞는 여름에 나타난 문제라 전문가들이 원인조사 진행한 뒤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또 이번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 보급 확대도 과제가 많았다. 환경부는 앞으로 5년간 전기·수소차를 133만대까지 보조금 등을 지원해 보급을 늘릴 방침이다. 그러나 보조금 규모는 해마다 적어질 가능성이 크다. 손삼기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은 이날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2025년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생산단가가 같아진다고 보는 만큼 보조금은 순차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보조금 재정운영 전략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2025년까지 보조금을 어떻게 운영할지 등 밝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 과장은 또 수소를 생산하는데 이산화탄소를 다량을 배출하는 현재의 낮은 수소 생산 기술에 대해 “현재 수소를 생산하는데 화석연료가 들어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며 “환경부 자체 원천 기술 개발 계획은 없지만 수소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공동 과제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이번 그린뉴딜이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에 맞는 지역 뉴딜과 결합해 진행하는 게 핵심이라고 전했다. 조 장관은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사업 등 그린뉴딜 사업은 공모사업으로 지역의 참여를 통해서 이뤄지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지역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온실가스 감축할 수 있는 사업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번 그린뉴딜이 출발점”이라며 “경제발전 계획이 5년마다 6차례 나눠서 추진됐듯 그린뉴딜도 이런 방식으로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연차별 보급 물량(자료=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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