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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18 관련 자료 일부 공개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미측이 공개한 5·18 민주화 운동 관련 기밀 문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미측이 공개한 자료는 총 43건, 143쪽에 달하는 분량으로, 대부분 주한미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발송한 전문이다.
이번 자료 공개는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미측에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문서의 비밀해제 검토를 공식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측에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한데 이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특별법 제정으로 진상규명 조사 작업의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 정보 요청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출범했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면서 “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해서 미국에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대사, 전두환 만남 눈길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내용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12·12 쿠데타 직후 윌리엄 글라이스틴 미국대사와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만남,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된 뒤 최광수 비서실장과 나눈 대화, 그리고 5·18 당일 이휘성 계엄사령관과 나눈 대화 등이다.
전 사령관은 당시 글라이스틴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행동이 쿠데타나 혁명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며, 개인적인 야심은 없다고 해명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 사령관을 만난 뒤 “최소 10일 전부터 군사 반란을 조심스럽게 계획한 것을 보이는데, 전두환은 이를 철저하게 감췄다”고 전했다. 그는 전날 본부에 보내는 보고서를 통해 신군부 세력을 ‘영턱스’(Young Turks)라고 표현하며, 젊은 투르크 장교들의 군사 반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글라이스틴 대사는 1980년 5월17일 최광수 비서실장을 만나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것을 조언했지만, 최 실장은 며칠내 최규하 대통령이 중대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 상황과 군부가 학생들에 대한 온화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점을 들어 계엄령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글라이스틴 대사는 이튿날 광주에서 계엄군의 무분별한 진압이 이뤄진 후 이휘성 계엄사령관을 만나기도 했다. 당시 이 사령관은 “사람들은 길거리의 학생들과 경제 악화에 대해 우려하며 왜 계엄군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같은 목소리는 조직화되고 심각해지는 학생 시위가 일어난 이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를 통제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베트남과 유사한 방식으로 공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핵심쟁점 정보없어…국방부 문서 확보 관건
다만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5·18민주화운동의 핵심쟁점인 발포명령자, 지휘책임자 등에 대한 정보는 담기지 않았다. 공개된 내용 또한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국대사의 회고록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들이 대다수다. 그동안 계엄군의 진압작전과 관련해 한미연합사 또는 주한미군과 협의 또는 사전 인지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 측에 관련 문서가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미 국방부나 백악관에서 생산된 문서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역시 향후 관련 자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우선 미측이 이번 우리 정부의 공개 요청에 전향적으로 협조했다는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보제공자 및 출처를 보호하기 위해 비공개 처리됐던 부분이 모두 공개되면서 추가 증언 확보 등 향후 조사 작업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정부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날 전에 자료를 준 것은 굉장히 우호적인 제스처“라면서 ”자료 확보의 첫 단계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