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5년을 전후해 코스닥 시장에 시가총액 1조원 안팎 규모로 화려하게 데뷔하며 한때 ‘바이오 4인방’으로 군림하던 화제의 기업들이다. 이들 4인방은 상장초기 저마다 시장 잠재력이 큰 혁신제품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바이오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사업전략을 내세우며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4년여가 지난 지금 이들 4인방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이를 결정짓는 배경 및 원인에 대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4인방 가운데 ‘천당에서 지옥으로’ 직행한 대표적 케이스는 케어젠(214370)과 신라젠(215600)이다. 단백질 화합물인 펩타이드 전문기업 케어젠은 분식회계 의혹 및 불성실 공시법인 이슈가 불거지면서 지난 2001년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바이오기업이다.신라젠은 이달초 항암제 펙사벡에 대한 글로벌 임상3상 실패를 공식 선언하면서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4인방 가운데 하나인 바디텍메드(206640)는 상장 초기부터 체외진단기기로 세계 최대 시장중 하나인 중국시장을 집중 공략해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사업전략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을 포함한 해외시장 진출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처지.
4인방 가운데 사업초기 다짐했던 사업계획이 틀어진 기업들은 어김없이 기업가치도 크게 쪼그라들면서 투자자들에게 원성의 대상이 되고있다.
지난 2015년 시가총액이 1조7000억원을 넘어서며 코스닥시장의 대표적 유망주로 손꼽히던 바디텍메드는 이달들어 몸값이 10분의1 수준인 2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신라젠은 지난 2017년 시가총액이 11조원에 육박하면서 코스닥 시장 랭킹 1~2위를 다투기도 했지만 임상시험 실패 이후 지금은 9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한때 회사가치가 1조6000억원에 달하던 케어젠의 경우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지난 3월부터 반년 넘게 거래정지 상태다. 지금은 상폐를 걱정해야하는 위기 상황에 내몰려있다. 이 회사는 세간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케어젠 관계자는 “분식회계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 회계법인으로부터 재감사를 차질없이 받고있다. 분식회계라고 판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들 3개 업체와는 반대로 보톡스기업 휴젤(145020)은 초창기 바이오 4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상장초기부터 탄탄하게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있어 주목된다. 휴젤은 주력인 보톡스 제품으로 국내시장을 40% 이상 점유하며 4년째 1위 자리를 유지하면서 대표적 바이오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휴젤은 탄탄한 실적성장을 기반으로 8월 현재 시가총액도 1조8000억원을 웃돌며 상장초기보다 몸값을 2배이상 키워내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업계는 ‘경쟁력있는 상품의 확보’ 여부가 한때 코스닥시장을 주름잡던 4인방의 운명을 가름한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시장에 내놓은 변변한 제품없이 신약개발에 올인하는 회사의 경우 미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조언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초기 모두 유망해 보이던 바이오 4인방 가운데 휴젤 한 곳만이 시간이 지난 지금 시장에서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아무리 미래 성장성이 돋보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더라도 상품화로 성공할 가능성이 다른 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당부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 기업에 투자할때는 이미 상품화에 성공한 경우와 임상시험을 진행중인 경우를 명확하게 구분해 기업의 미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상품화에 성공한 기업은 시장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를, 임상시험을 진행중인 바이오기업은 실패할 확률은 물론 성공시 어느 정도 실질적 매출이 일어날수 있는지를 각각 사전에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