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가라오케에서 하룻밤에 250만위안(한화 약 4억원)을 쓰고 연말연시엔 몰디브 초호화 호텔을 통째로 빌려 파티를 연다. 애완견이 아이폰을 7대 가지고 있으며 돈이 떨어지면 아버지에게 달려간다. 중국 완다그룹 회장 왕젠린의 첫째 아들 왕쓰충(29)의 얘기다. 그는 스스로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돈이 있다는 것”이라며 큰 소리를 친다. 솔직한 말투와 자유로운 행동 때문일까. 왕쓰충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22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남이기도 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왕젠린을 비롯해 대만의 궈타이밍, 홍콩의 리카싱 등 중화권 부호들의 장남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왕쓰충처럼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생활을 누리는 아들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아버지 휘하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벌이는 재벌 2세도 있었다. 살아가는 모습이나 성격은 제각각이지만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업이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점은 같았다.
中완다 왕젠린 회장의 ‘방탕’한 아들
왕쓰충은 중국에서 ‘국민 신랑’으로 불린다. 그와 결혼하면 돈 걱정은 없을 것이란 의미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지냈다. 초등학교는 싱가포르, 중학교부터 대학까지는 영국에서 공부한 뒤 2012년 중국으로 귀국했다. 이후 완다그룹 회장인 아버지로부터 완다그룹에 입사하라는 강요를 받았으나 거절하고 IG전자게임클럽을 만들었다. 속이 끓던 왕젠린은 결국 베이징푸쓰(普思)투자공사라는 회사를 설립해 5억위안(약 810억원)과 함께 아들에게 건네줬다. 왕젠린은 아들의 사업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왕쓰충은 투자처 중 5곳을 상장시키는 등 견조한 사업 수완을 보이고 있다.
왕쓰충은 평소 생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연예 사업에 관심이 많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라이브 동영상 사이트인 ‘판다TV’다.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콘텐츠는 ‘미녀 중계’로 일반인 여성이 등장해 노래와 춤, 식사 등과 같은 일상생활을 중계하는 내용이다. 시청자는 마음에 드는 여성이 나오면 최대 1000위안(16만2000원)의 아이템을 구입, 금액에 따라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수익 일부가 출연자에게 돌아가는 탓에 일부 여성은 시청률을 높이려고 옷을 벗는 등 과격한 행동을 취해 사회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해 4월 판다TV를 포함한 동영상 중계사이트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 출연자 실명등록제 등 규제를 강화하고 벌금도 부과했다. 하지만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출연자를 구속하지는 않았다. 이에 아버지의 돈이 힘을 발휘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왕쓰충은 현재 완다그룹 이사직을 맡고 있지만 업무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왕젠린은 “아들이 나와 같은 생활을 할 생각이 없고 사업도 이어받고 싶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왕젠린은 최근 후계자 물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지난 2015년 중국 신경보와의 인터뷰에서 후계자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밝힌 바 있다.
대만 훙하이 궈타이밍의 아들은 ‘침묵의 왕자’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중심부엔 ‘삼창문화원구’라는 쇼핑몰이 있다. 최신 가전제품과 게임, 의류 등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12층짜리 건물이다. 건물 내부엔 훙하이(폭스콘) 그룹을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 공간이 있다. 궈타이밍 훙하이그룹 회장의 아들 궈소우정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귀소우정은 1976년에 태어나 12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캘리포니아주(州) 버클리대에서 공장관리를 전공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훙하이의 후계자 자리를 외면하고 자신만의 사업을 꾸려 나갔다. 그는 영화제작사를 포함해 10여개의 회사를 설립했다.
귀소우정은 예의 바르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와 대화를 해본 사람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이는 아버지와는 달리 반듯하게 자랐다고 평하기도 했다. 귀소우정 역시 훙하이그룹 내에서는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는 그가 13년 전 언론에 “나는 왕자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다. 궈타이밍 회장도 아들이 그룹에 들어오기 전부터 “후계자는 혈연이 아니라 능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조용한 그림자…홍콩 거부 리카싱의 장남
홍콩 청쿵그룹 회장 리카싱의 장남 빅터리는 1996년 홍콩의 거물 마피아에게 납치됐다. 당시 리카싱은 약 10억홍콩달러(약 1500억원)의 몸값을 주고 아들을 구출했다. 빅터리는 아버지만큼의 카리스마는 없지만 머리는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후 1987년 아버지의 그룹에 들어가 경영수업을 받았다.
현재는 청쿵허치슨홀딩스 부사장과 청쿵인프라스트럭처 홀딩스 최고경영자(CEO) 등으로 일하면서 아버지를 보좌하고 있다. 또 중국 정부에 정책 조언을 하는 전국정치협상회의 위원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중국 정·재계를 잇는 역할도 맡고 있다. 특히 공식 석상에선 전면에 나서지 않고 아버지 뒤에서 충실히 보좌역을 수행한다.리카싱은 아들이 원한다면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