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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는 22일(현지시간) ‘자유주의 유럽의 고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도 집권층이 위험할 정도로 실패했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7~18일 주말 동안 복면을 쓴 폭도들이 프랑스 곳곳에서 벌인 폭력은 이례적으로 심각했고, 벨기에와 이탈리아, 포르투갈에서도 시위가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지도자들이 자신의 조언을 무시하고 국경을 열어 아프가니스탄·알제리·시리아 등지에서 해마다 수백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유럽이 불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 등 미국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늘어나는 무슬림 인구를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페테르 머저르 헝가리 총리도 이민과 이민자 통합 실패가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비겁하거나 제 잇속만 챙기는 분석”이라며 “폭력 시위에 대한 진단으로선 완전히 틀렸다”고 반박했다.
지난 17일 프랑스에서 행진에 나선 50만명 이상은 대부분 복면을 쓰지 않은 백인이었다. 이들을 거리로 이끈 건 생활고와 열악한 공공서비스였다. 시위대는 연료 보조금 확대, 학교 예산 증액 등을 요구했다. 가장 큰 세력은 좌파 포퓰리스트 장뤼크 멜랑숑을 지지하는 이들로 보인다.
폭력 사태 역시 인종이나 종교와는 무관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폭도들은 공공건물과 경찰차뿐 아니라 루이비통 같은 명품 매장과 이민자가 운영하는 소규모 상점까지 약탈했다. 경찰은 질서 유지에 실패했고, 상당수 폭력은 혁명적 목표를 가진 무정부주의자들이 선동했다. 리모주의 19세기 시청 방화 사건 뒤 체포된 남성도 30대 중반의 백인 프랑스 시민이었다.
돈으로 달랠 여력도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중도 정치권이 직면한 첫 번째 문제로 재정의 족쇄를 꼽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8~2019년 ‘노란 조끼’ 시위 때 수십억유로를 풀어 민심을 달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돈은 너무 많이 쓰는데 성장은 더디다. 마크롱 대통령 집권 기간 성장률은 연 1%를 조금 넘는 데 그쳤다.
프랑스 의회는 올가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고작 0.4%포인트 줄이는 예산안조차 통과시키기 버거운 상황이다. 정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 시장의 불신 속에 독일 국채 대비 프랑스 국채 금리 차(스프레드)는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런데도 중도 정치권은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적 에너지는 모두 극단으로 쏠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꼬집었다. 프랑스 국민의 80% 이상이 자신의 미래, 특히 경제를 비관하고 있다. 메르츠 총리 역시 지지율이 바닥이어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반이민 발언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맞설 말과 해법을 찾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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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정당들은 잇따라 선거에서 심판받을 처지다. 다음달 스페인을 시작으로 내년엔 프랑스와 폴란드가 선거를 치른다. 여론조사상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중도·포퓰리즘 우파 연합에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에선 중도 노선으로 통치해온 조르자 멜로니 총리를 극우 세력이 앞지르고 있다.
프랑스에선 이번 폭동과 ‘이민자 탓’이라는 잘못된 통념이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을 내년 5월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번주 여론조사에서 르펜의 지지율이 올랐다. 마크롱 대통령이 걸프 지역 순방에 나선 사이 르펜은 공공질서 회복을 촉구하며 대통령 같은 연설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나라가 혼란에 빠지면 중도 정치권은 권력을 잃고, 권력을 잃으면 유럽연합(EU)은 나머지 세계가 앞서 달리는 동안 숨이 막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 금융위기가 번질 수 있고, EU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방관하면 러시아는 더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론인 조지 데인저필드가 기록한 1차대전 직전 영국은 대다수가 다가올 재앙을 몰랐던 시대였지만, 오늘날 자유주의자들에겐 그런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