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은 입찰 시작 전부터 참여자가 몰리면서 붐비기 시작했다. 이날 자리한 입찰자들은 90여명 정도였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번 경매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오전 11시10분에 시작한 매각 절차는 개찰 시작 30~40분 만에 모든 절차를 종료했다. 높은 관심에도 경매에 나온 전체 물건 65건 중에 정작 낙찰된 물건은 6건에 불과했다. 특히 이날 경매에서는 강남권 아파트 매물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관심이 쏠렸지만 신건(새 경매물건) 대부분 유찰됐다.
◇‘청담대우유로카운티’ 최다 입찰자 몰려
이날 경매에서 최고·최다를 기록한 것은 역시 ‘강남 아파트’였다.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것은 강남 대치동 ‘한보미도맨션’이다. 한보미도맨션 204㎡는 감정가 47억원의 104%인 48억8899만9999원에 단독 입찰자가 받아갔다. 낙찰가가 불리자 방청객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낙찰가도 높았고 신건이어서 유찰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낙찰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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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대우유로카운티 입찰에 나섰던 윤 모 씨(46)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라 전세와 매매를 동시에 알아보고 있다”며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해서만 알아보다가 급매 물건이 경매로도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경매로 집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왔다. 마침 관심 있는 물건이 나와서 입찰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는 강남의 똘똘한 한 채로 꼽히는 단지가 대거 나왔지만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2건도 동시에 경매에 나왔지만 입찰자가 없었다. 아이파크삼성이 경매로 등장한 것은 지난 2018년4월 이후 약 4년4개월여만이다. 해당 단지 269㎡는 당시 감정가 99억원으로 역대 최고 감정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청구’도 지난 2014년 이후 8년 만에 경매에 나왔지만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최근 집값 고점 인식, 기준 금리 인상, 경기 위축 우려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경매시장에서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아직은 관망세가 짙은 모양새다.
◇부동산 시장 하락에 ‘관망세’ 짙어져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신건을 낙찰받으면 시세 차익이 크지 않은데다 자칫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사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유찰된 물건 위주로 입찰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강남 아파트는 대부분 매매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번에 대거 경매에 나왔다”며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부분 참여자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유찰 물건 위주로 입찰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부동산 하락기여서 ‘강남’일지라도 공격적으로 경매에 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