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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29일 서울 중구 다동에 위치한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노조가 오는 9월 16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이번 파업 예고의 배경은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임금 6.1% 인상을 비롯해 △영업점 폐쇄 중단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 △주 36시간 근무(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34개의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을 제시했으나, 사측은 이를 묵살하고 침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까지 30차례 이상 교섭을 했지만, 사용자 측(이하 사측)은 안건에 대한 어떠한 수정안도 논의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면서 “사측은 최초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0.9%의 임금인상률로 시작해 지난달 1.4%를 제시하며 노동자의 희생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이번 교섭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핵심 요구안은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인력 유지’다. 사측이 근래 들어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하고, 신규채용을 중단하는 등 인력을 줄이더니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면서부터 급격하게 점포를 폐쇄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영업점의 폐점이 경영권이며, 적정인력 유지를 위한 자연 감소분에 대한 신규 채용은 현재의 호봉제 임금체계 때문에 어렵다는 주장만 반복한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현재 사측은 조합원의 일자리, 즉 생존권 문제를 놓고 비용 절감을 앞세워 기간제 경력직 채용을 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교섭대표로 나온 은행장들은 기간제로만 임직원을 채웠을 때 은행 경영이 가능하냐는 질문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며 사측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이나 구도심의 은행 점포를 수익성이 조금 낮다고 폐쇄하는 경영 행태는 금융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 박 위원장은 ‘억대 연봉’, ‘귀족노조’라는 비판에 대해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평균연봉의 근거를 쓴 금융감독원 공시자료 등은 행장과 부행장, 임원, 지점장, 비조합원인 부지점장 등 관리자까지 포함한 임직원 평균 임금을 말하는 것”이라면서 “상반기에만 8억원을 넘게 받는 임원들과 일반 직원들은 한 바구니에 넣고 평균을 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국책은행 한곳을 조사해본 결과 조합원 기준 임금 평균이 약 7200만원도 안됐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조합원들, 특히 저임금직군 노동자들의 형편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가령 직원의 70%가 최저임금을 적용 받고 있는 현금수송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표현”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다른 직군보다 훨씬 큰 임금 인상 폭을 제시한 금융노조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싸늘하다. 올해 현재 국내 대기업 임금인상률은 평균 4.4%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일부 노조원들은 이 같은 사회적 비판을 의식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저희도 사회적 비판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지만, 사측이 노동자들의 임금만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라면서 “주주 배당 상향, 임원 성과급과 스톡그랜트 등에도 불구하고 직원들 임금은 못 올려주겠다는 사측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줄어든 인력과 인근 지점 폐점에 따른 유입고객으로 직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반면 사측은 직원고통과 고객불편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면서 “인건비가 줄어들어 사측은 재미를 보고 있으면서 모든 공을 노조로 던져 놓은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노조 조합원은 10만명 규모로, 이번 파업이 현실화하면 금융 소비자의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달 16일 총파업 규모는 6만~7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노조 측 추산이다.
박 위원장은 “파업이 벌어지면 전세나 매매 잔금 등 꼭 필요한 업무는 담당 직원과 상의해 날짜를 조정하시고, 안심전환대출 상담도 당일 어려울 수 있음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점 문을 닫는다는 것이 고객들과 국민들께 얼마나 죄송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경영진과 정부가 금융의 공공성을 끝내 외면한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투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단 “노사간 조율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사측이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총파업 이전에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