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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삼성 준감위 신임 위원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 렉쳐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이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을 추구한다면 지배구조 개선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외부전문가 조언과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다양하게 경청하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이후 2020년 2월 출범한 준감위는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 △무노조 경영 폐기 △4세 경영 승계 포기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 이사회 등 내부가 아닌 외부에 별도 감시기구를 설립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그간 삼성에 제기됐던 문제들을 하나둘씩 해결했다. 1기 준감위를 이끈 김지형 변호사는 작년 송년사에서 “디딤돌 하나를 놓았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2기 준감위는 디딤돌에 올라서서 삼성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은 사실 정답이 없다.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의 경우 전문경영인(CEO) 중심의 경영시스템이 확립돼 있지만, 유럽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총수 중심의 경영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총수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빠르게 경제가 도약했던 장점도 분명히 있다. 자칫 ‘칼’을 잘못 쓸 경우 글로벌기업인 삼성의 경쟁력이 악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위원장도 이를 고려한 듯 “얽히고설킨 매듭은 일반적으로 묶는 것보다 푸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법”이라며 “취약한 기반 위에 계속해 쌓아 올린 구조물의 경우 밑동 하나를 잘못 건드리면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사회적 압박에 휘둘려 급격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배구조 개선 범위를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수직적 관계뿐만 아니라 수평적 지배구조까지 포함해 국민들이 올바르지 않다고 보는 문제를 개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 고리 중에서 삼성생명-삼성전자 출자를 해소하는 방안부터 그룹 컨트롤타워 설립까지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설명이다.
상법상 권한이 없는 준감위가 ‘옥상옥’이 된다는 지적을 고려한 듯 그는 “관계사들의 협약이라는 형식을 통해 존립의 적법성과 정당성에 대한 근거를 부여받았다”며 “지배구조 개선은 삼성이 하는 거지만, 준검위가 올바른 개선이 이뤄지도록 권고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아울러 지배구조 개선 외 △인권을 우선하는 준법 경영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경영 정착도 2기 준감위의 주요 기본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권이 침해되는 어떠한 위법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견제하겠다”며 “모든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한 잣대로 원칙대로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2기 준감위 위원 명단이 공개됐다. 1기 위원인 서울대 경영대학 김우진 교수와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성인희 사장은 2기에서도 계속 활동하고, 임기를 남겨둔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도 2기 위원으로 남는다. 신규 위원 후보로는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경찰대 출신 여성총경 1호 윤성혜씨, 문화방송(MBC) 경제부장 출신인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가 추천됐다. 6명의 위원 중 원숙연 위원을 뺀 5인은 이날부터 28일까지 7개 협약사의 이사회 승인을 거쳐 최종 위촉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서울 용문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연수원을 거쳐 2001년부터 변호사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