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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옥죄는 공수처·檢…"이러려고 검찰 개혁했나" 탄식

남궁민관 기자I 2021.09.13 18:00:00

'고발 사주' 돌연 칼 빼든 공수처에 법조계 "왜?"
"尹 피의자 입건, 드러난 단서 없는데 이해 안 돼"
공수처에 "'아니면 말고 식' 입건 책임져야" 지적도
檢도 강제 수사 속도…"공정해 보이는 것도 덕목" 비판 제기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례없이 발 빠르게 수사에 착수했지만, 되레 수사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최근 윤 전 총장 가족 및 측근에 대한 강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 행보와 맞물리면서, 법조계에선 “이러려고 검찰 개혁을 했나”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흘러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尹 ‘고발 사주’ 급히 칼 빼든 공수처…“문 닫을 각오 됐나”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고발장을 접수한 지 사흘 만인 지난 10일 윤 전 총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공식 입건하고, 사건 주요 관계인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사무실에 대해 10일과 이날 연달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1호 사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불법 특별채용 의혹’이나 ‘1호 검사 사건’인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허위 면담 보고서 의혹’의 경우 입건 후 한 달 이상 기초 조사를 벌인 뒤 수사에 돌입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공수처가 이례적으로 이 사건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윤 전 총장의 명확한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처의 수사 돌입 배경에 의구심 어린 시선이 쏟아진다. 대검 감찰부가 이미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과 더해져 이 같은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대선을 앞두고 지지도 1, 2위를 앞다투는 사람을, 드러난 단서도 없이 피의자로 적시해 입건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대검 감찰부가 신속하게 진상 조사에 나선 상황에서 갑자기 공수처가 숟가락을 얹는 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법조인은 “공수처가 무리수를 두고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을 보면, 배후에 거대한 압력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고 관측했다.

공수처가 ‘아니면 말고 식’ 입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수사는 진검 승부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다. 아니면 말고는 없다”며 “만약 이번 수사에서 나오는 것이 없다면 공수처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檢도 ‘尹 강제 수사’ 속도…“명백한 정치 행위”

주목할 대목은 대선 약 6개월을 앞둔 현 시점에서 공수처는 물론 검찰 역시 윤 전 총장 사건과 관련해 동시다발적으로 강제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관여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금융감독원, 7월 증권사 6곳에 이어 최근 관련 회사들을 상대로 한 추가 압수수색을 단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수사팀은 김 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불법 수수 의혹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측근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스폰서 의혹’과 관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부장 정용환)는 지난 10일 윤 전 서장과 관련자들의 자택 및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윤 전 서장은 이와 별개로 뇌물 수수 사건 무마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부장 임대혁)에서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최 씨의 옛 동업자인 정대택 씨 사건 관련 모해위증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박규형)에서 수사 중이다. 이 밖에 김 씨의 ‘강사 이력 허위 기재 의혹’에 대한 윤 전 총장의 해명을 두고 접수된 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가 맡고 있다.

공수처 역시 고발 사주 의혹과 별개로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 윤 전 총장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와 관련 지난 8일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이기도 하다.

경찰도 윤 전 총장 관련 수사를 여러 건 진행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 씨와 관련해 납골당 사업 편취 의혹은 검찰의 요청으로 서울경찰청에서 재수사를 진행 중이며,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근 고소·고발 건을 접수했다. 이와 관련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현재 고발 1건, 고소 1건이 들어와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외관상 수사가 공정해 보이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덕목으로, 수사 기관은 그 수사 시기와 기간, 일정과 방법 등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며 “대선 6개월을 앞두고 동시다발적으로 강제 수사 소식이 알려지는 것은 명백한 정치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사가 선거라는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현 정권 ‘검찰개혁’의 핵심 이유이지 않았나”라며 현 정권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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