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8도 야외기합에 가래침 술 원샷까지"… 홍익대 응원단 악·폐습 폭로

권오석 기자I 2018.03.07 16:33:54

지난 6일 SNS에 28가지 악폐습 폭로글 올라와
50대 선배에 ''언니·오빠'' 호칭 강요
선배 이름 등 강제 암기후 시험 치러
학교 측 "가혹행위 사실 여부 파악 중"

홍익대 응원단 수습단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응원단 내 악폐습을 폭로하며 올린 사진. (사진=페이스북 ‘홍익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서울 홍익대학교에서 응원단 내 악·폐습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따라 학교 측도 응원단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상 조사에 나섰다.

◇학번이 곧 권력, 기수제 계급사회

지난 6일 오후 11시쯤 페이스북 ‘홍익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에서 일어났던 각종 가혹행위를 고발하는 내용과 사진이 익명으로 올라왔다. 응원단 수습단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선배들로부터 당한 부조리들 28가지를 정리해놨으며 신체에 멍이 든 모습 등 증거 사진까지 첨부했다.

작성자가 올린 글을 살펴보면 아사달에서는 학번이 곧 권력이고 후배는 선배 명령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기수제 계급사회였다. 이들은 ‘선배’라는 호칭 대신 ‘언니·오빠’로만 부르게 했다. 이 때문에 신입생들은 50세가 넘어버린 응원단 1기 선배들에게도 ‘언니·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해했다.

한 재학생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수습단원에게 “언니라고 해봐”라며 조롱을 했다. 수습단원들은 선배들의 이름·기수·맡은 역할 등을 강제로 암기해 시험까지 치렀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질타를 받고 재시험을 봤다. 선배들은 이를 ‘친해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습단원들은 난방이 안 되는 체육관 지하에서 반팔이나 긴팔 티셔츠 한 벌만 입고 수시간씩 연습했다. 연습 중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허락을 받았다. 작성자는 또 행사 참여차 온 강원도 평창에서 영하 18도의 날씨인데도 야외에서 기합을 받았고 선배들 숙소에서 새벽 4시까지 폭언을 들었다고 호소했다.

단원들이 훈련 중 무릎에 멍이 들어 보호대를 착용하면 “계속 멍이 들어야 익숙해진다”면서 보호대 사용을 금지했다. 수습단원들이 부상과 통증을 호소해도 “나 때는 더 심했다”며 묵살했다.

홍익대 응원단 수습단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응원단 내 악폐습을 폭로한 글. (사진=페이스북 ‘홍익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졸업생들도 악·폐습 묵인

작성자는 30~40대 졸업생들로 이뤄진 응원단 OB 단원들도 이런 악습을 보기만 할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선배들이 기념일마다 생일주, 군대주, 정단원(수습을 끝내고 정식 단원이 됨)주라는 폭탄주에 쓰레기와 가래침 등 이물질을 넣어 강제로 마시게 했고 특별한 제재도 없었다고 밝혔다.

수습단원들은 응원단 행사를 할 때마다 200명 가량의 OB 단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참석 여부를 확인했다. 수습단원들은 전화를 하면서도 ‘안녕하세요.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 00기 액션/밴드 000입니다’라는 정식 인사를 하지 않으면 질책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수습단원들을 혼낼 때 한 명씩 불러 바닥에 앉히고는 여럿이 대화를 가장한 질책을 하며 폭언을 퍼부었다.

이런 악·폐습을 견디다 못해 응원단을 탈퇴한 작성자는 “썩어빠진 악·폐습의 대물림 속에 물들어 우리의 간절한 기대를 악용한 당신들에게 묻는다”며 “나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권리는 기수의 우위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닌 존중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홍익대 관계자는 “응원단 내 실제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사태를 파악한 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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