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기재부·외교부·산업부는 지난 8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조세회피처 관련 논의를 했지만 대책을 확정하지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들의 동향과 관련해 상황을 공유했다”며 “투자제도 개선방안이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당인 박광온 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도 통화에서 “아직 그런 (법 개정 논의) 단계가 아니다”며 “기재부가 고심하고 있다. 조금 더 (조세회피처 지정 관련) 영향을 보겠다”고 말했다.
◇EU, 작년부터 “개정하라”..설득 쉽지 않아
|
문제는 EU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 담당 국장이 지난주에 EU로 급파됐지만 현재까지 낭보는 없는 상황이다. 앞서 EU는 지난해 조세회피처 명단을 작성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정부에 내년 말까지 관련 제도를 개편할 것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 제도는 ‘외국인투자 등에 대한 조세특례’ 조항(제121조의2)이 포함된 조세특례제한법이다. 이 법은 새만금 등 경제특구에 투자한 외국 기업에 최대 7년간 일정 비율로 소득세·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외화 유치를 위해 ‘특별 대우’를 한 것에 EU가 제동을 건 셈이다.
세법 전문가들은 “EU는 ‘시간은 EU편’이라고 생각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U가 비EU 회원국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게 황당하지만, 한국으로선 EU 주장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발표한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전체 투자액(212억9900만달러) 중 EU 기업의 투자액이 73억9600만달러(34.7%·신고액 기준)로 가장 많았다.
게다가 국내에서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안종석 선임연구위원은 ‘고도기술수반사업 등 외투기업 조세감면제도 개편방안’ 보고서에서 “(조세특례제한법은) 내·외국인을 구분해 외국인의 투자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것으로서 내국인을 역차별하는 효과가 있다”며 “세계화 사회에서 내국인을 배제하고 외국인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제와서 개정 부담..“탄핵정국서 스텝 꼬여”
|
전문가들은 EU의 제재가 없는 것을 이유로 ‘버티기 전략’으로 가기보단 이제라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홍진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 제도가 55년이나 유지되다 보니 제도를 손대면 안 되는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며 “국내의 신산업·고부가 서비스업종에 한정해 경제특구 지원을 하면 역차별을 해소하고 투자 유치도 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관련된 부처, 지역이 많고 대외적 파급 여파도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보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