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속전속결의 발 빠른 인사를 통해 경영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길선-권오갑으로 이어지는 최고 경영진을 구성한 데 이어 그룹 임원 30% 이상을 감원하고, 오너 3세인 정기선 씨를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등 정몽준 대주주의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칼바람은 창사 이래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한데다 20여년만에 노조 파업 문제까지 겹치면서 예고돼 왔다. 주력인 현대중공업은 2분기에만 무려 1조 1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까지 더하면 상반기 적자만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주력 사업인 조선, 해양, 플랜트 부문의 일부 대형 공사에서 공정이 지연된 탓이다. 손실 비용을 미리 쌓아 두면서 공사손실 충당금이 선제적으로 반영했다.
이에 그룹차원에서 특단의 처방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월에 이미 2009년 퇴사했었던 최길선 전 사장을 그룹 총괄회장에 임명했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 계열사 대표를 모두 지낸 조선해양업계 최고 전문가다. 이어 현대오일뱅크를 매출 10조원에서 20조원으로 키운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그룹 기획실장 겸 사장으로 선임했다.
업계 최고 전문가와 추진력으로 검증 받은 ‘쌍두마차’ 체제를 갖춘 뒤 그룹 차원의 숨 가쁜 대수술은 시작됐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이번 달 12일 오전 본부장 회의를 긴급 소집, 전임직원들에게 사직서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고강도 수술에 착수했다.
권오갑 사장은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분명한 개혁 청사진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무사안일과 상황 논리만으로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대규모 인사를 예고했었다. 이어 지난 13일 생산과 설계에서 잔뼈가 굵은 강환구 부사장을 신임 현대미포조선 사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조선사업본부 등 주요 3개 사업본부의 수장을 물갈이했다.
본부장 긴급 회의 4일 만인 16일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임원 262명 중 31%인 81명을 감축하는 고강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계열사 수장도 교체했다. 현대삼호중공업 하경진 대표이사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현대오일뱅크 문종박 대표이사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현대미포조선 사장에 강환구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임명됐다.
이뿐 아니라 인사 때마다 관심을 끌었던 정몽준 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경영기획팀 수석부장(31)이 상무로 승진했다.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부장급에서 바로 상무로 두 단계를 승진한 것. 업계에서는 3세 경영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경영 위기와 노사 갈등 속에서도 후계자 임원 승진을 통해 오너체제를 더 강화한 것이다.
인적 쇄신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후속조치로 대규모 조직개편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원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생산과 영업 중심으로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수익창출이 어려운 한계사업과 해외법인을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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