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英기업 너무 싸졌다"…해외 자본발 M&A 사상 최대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방성훈 기자I 2026.09.08 15:50:21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올해 英 M&A 3170억달러…작년 총액 넘어
AI 열풍서 소외돼 저평가…해외 '큰손' 골라 담기
인수가에 평균 36% 웃돈까지…"인재 유출" 경계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 상장기업을 노린 인수·합병(M&A)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미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주도한 증시 상승에서 비켜서 있던 탓에 주가가 싸 보인다는 점이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사진=AFP)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사진=AFP)
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조사업체 딜로직 집계 결과 올해 초부터 이달 초까지 영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는 금액 기준 약 3170억달러(약 426조 9990억원)에 달했다. 상장·비상장을 모두 합한 수치로, 지난해 연간 총액(약 2273억달러·약 306조 173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전체 가운데 65%는 영국 밖 기업이나 투자펀드가 사들인 사례였다.

굵직한 거래가 잇따랐다. 미국 물류시설 대기업 프로로지스는 지난달 초 동종 업체인 영국 세그로를 약 188억달러(약 25조 3236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사업 기반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미국 자산운용사 누빈이 영국 슈로더를 총 99억파운드(약 17조 9849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유럽 투자펀드 EQT는 품질 검사·인증 서비스업체 인터텍그룹을, 스위스 중전기 업체 ABB는 산업용 제어기기 업체 로토크를 각각 인수한다고 밝혔다.

영국 기업이 표적이 된 이유는 주가다. 대형주로 구성된 영국 FTSE100지수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2~13배 수준이다. MSCI 세계주가지수가 20배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저평가 매력이 뚜렷하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이 많다는 점도 M&A를 부추긴다. 영국에는 AI 열풍을 이끈 미국 기업들과 달리 전통 산업에 속한 기업의 존재감이 크다.

다국적 기업이 많고 기업 지배구조가 우수한 곳이 많다는 평가도 매력으로 꼽힌다. 마크 프레스켓 미국 모닝스타웰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기업에는 언어 장벽이 낮다”며 “경영 방식이나 업무 처리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점이 많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스 몰드 영국 투자서비스회사 AJ벨 애널리스트는 올해 영국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M&A에서 주당 인수가격에 평균 36%의 웃돈이 붙은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과 사업의 가치가 다시 평가받으면서 영국 주식도 오르고 있다. FTSE100지수는 지난 4일 기준 1만 831.09로 지난해 말보다 9% 높다.

다만 활발한 M&A가 영국 주식 매수를 부르는 구도에는 그늘도 보인다. 프레스켓 매니저는 영국 주식에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면서도, 올여름 초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장기 금리 상승이 경기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한 배경이다.

영국에 대해서는 M&A의 ‘어두운 면’도 의식되기 시작했다. 해외 기업과 펀드의 인수로 장기적으로는 인재 등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다. 영국 증시에서는 신생 기업의 기업공개(IPO)도 적다. 몰드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신진대사가 뒤처진 가운데 성숙한 기업이 해외로 넘어가는 지금의 상황을 두고 “반드시 건전한 조짐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