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림 AXIS Law 대표변호사(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 윤현근 인사이트3(INSIGHT3 Inc.) 대표이사, 티모시 신 INSIGHT3 Inc. 창립 파트너·미국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열린 이데일리 디지털자산기본법 좌담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및 이후 과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 전문가들은 단기(2026~2027년), 중기(2027~2028년), 장기(2029년 이후)로 제도 과제를 나눈 뒤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언했다. 단기 과제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처리한 뒤 법인 투자 허용을 시작으로 가상자산 시장조성자(MM) 도입, 빗썸 사태 후속 입법을 추진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법인 시장 개방의 경우 앞서 금융위 로드맵에 따르면 1단계로 금융위는 작년 5월 법 집행기관·지정기부금단체·대학 학교법인 등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했다. 앞으로 2단계로는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회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3500여개 법인, 3단계로는 모든 일반 법인으로 가상자산 거래를 전면 허용할 방침이다. 법인 시장이 개방되면 미국처럼 금융기업 간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중기 과제로는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1은행·복수 가상자산거래소 모델로의 전환, 가상자산 파생상품의 단계적 허용이 제안됐다. 장기 과제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예금토큰,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연동, 결제 인프라의 글로벌 표준화, 토큰화 특화 라이선스 체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이들 전문가들은 은행의 소유 규제(15%) 완화에 대해선 금융과 IT 융합을 가속화 시킬 수 있지만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우려가 있어서 중기 과제로 신중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 원칙) 폐지에 대해선 시장과 제도 성숙을 전제로 점진적 완화를 할 것을 제언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한 나라에서 참조할 점에 대해 “개별 법조문을 베끼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디지털자산을 ‘별도 규제 영역’이 아니라 ‘자본시장 인프라의 일부’로 재배치한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디지털자산 법제를 자본시장 법제에 맞추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관련 좌담회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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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업계가 요청하는 ‘은행 소유 규제 완화, 금가분리 폐지, 시장조성자(MM) 제도, 법인 투자 허용,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1은행·복수 거래소, 파생상품’은 모두 합리적 의제이지만, 그것을 한꺼번에 묶으면 입법은 또 멈춘다. 단기(2026~2027년), 중기(2027~2028년), 장기(2029년 이후)의 3단계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한국형 모델 완성의 유일한 경로라고 생각한다.
2026년 하반기 및 2027년 단기적으로 최우선 과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핵심 골격 통과다. 발행 인가제, 100% 준비금 의무, 즉시 상환권, 월간 공시 의무, 발행자 외부감사,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외국 스테이블코인 처리 원칙 등 이같은 7개가 한 패키지로 6월 지방선거 직후에 처리돼야 한다.
동시에 시행해야 할 단기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법인 투자 허용이다. 비영리 법인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내년부터 일반 법인까지 확대하는 로드맵이 현실적이다. 법인 투자가 허용돼야 기관 자금이 국내 거래소로 돌아오고, 해외 이전 출고액 90조원 흐름을 일부라도 막을 수 있다.
둘째, 가상자산 시장조성자(MM) 제도 도입이다. 현재 국내 거래소에는 공식 MM이 없어, 호가 스프레드(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의 차이)와 슬리피지(원하는 가격과 실제 체결 가격 차이)가 글로벌 평균보다 크다. 자본시장법상 MM 제도를 디지털자산기본법에 준용하는 형태로 도입하면, 시장 효율성과 가격 발견 기능이 즉시 개선된다. 단, MM에게 부과되는 이해상충 방지 의무도 함께 명문화해야 한다.
셋째, 빗썸 사태 후속 보완책의 법제화다. 5분 단위 잔고 대사, 킬 스위치, 거래소 전산·보안 인증 의무,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P) 강화 같은 사항을 법령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것과 법령상 의무가 있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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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근=2027~2028년 중기 과제는 ‘분절된 두 트랙의 통합’이다. 가상자산은 디지털자산기본법,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으로 이원화된 현재 구조를, ‘동일 자산은 동일 규제’ 원칙 아래 정리해야 한다.
첫째, 토큰증권(STO) 입법의 마무리다. 세부적인 토큰화 자산별 규율이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았다. 토큰화 부동산, 매출채권, 토큰화 MMF, 토큰화 국채를 정식 상품으로 출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
둘째,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도입이다. 미국·홍콩·일본이 모두 도입했거나 도입 추진 중인 상황에서, 한국만 현물 ETF를 막아두면 자본은 미국 블랙록의 BlackRock IBIT, 피델리티의 FBTC 등 해외의 비트코인 현물 ETF로 직접 흘러간다. ‘디지털 자본 유출’의 가장 큰 출구가 바로 여기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가상자산을 ETF 기초자산으로 인정하는 것이 ETF 운용사들의 업무 영역을 넓히고 가상자산 시장을 자본시장 안으로 흡수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셋째, 1은행·복수 거래소 모델로의 전환이다. 현재의 1은행·1거래소 실명계정 구조는 거래소 간 경쟁을 제한하고, 신규 거래소 진입을 사실상 봉쇄한다. 1은행·복수 거래소 모델로 전환하면 거래소 시장의 집중도가 완화되고, AML·트래블룰 의무 이행은 은행 차원에서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다.
넷째, 가상자산 파생상품의 단계적 허용이다. 비트코인 선물·옵션을 현재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한국 투자자가 상당하다.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 규제를 준용해 국내 인가 거래소에서 인가받은 상품에 한해 단계적으로 허용하면, 투자자 보호와 세수 확보가 동시에 가능하다.
2029년 이후 장기과제는 토큰화 인프라와 글로벌 연결성이다. 장기 과제는 한국을 ‘토큰화 자본시장’의 한 축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첫째, 한국은행 ‘프로젝트 한강 2단계’의 본격 가동으로 CBDC·예금토큰 인프라를 완성하고, 그 위에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작동하는 이중 레일 구조를 안착시켜야 한다.
둘째, 국제결제은행(BIS) 아고라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원화의 국경 간 결제 인프라를 글로벌 표준에 동기화해야 한다. 셋째, 토큰화 자산의 글로벌 상호운용성 ‘K-표준’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전용망에 갇히지 않으면서 외환건전성을 지키는 보안·KYC·트래블룰 표준이 필요하다. 넷째, 토큰화 특화 라이선스 체계를 도입해, 기존 금융 문법에 맞지 않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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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요청하는 은행 소유 규제(15%) 완화·금가분리 폐지는.
△티모시 신=이 두 의제는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직접 결합되어 있지는 않지만,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은행 소유 규제 완화는 핀테크·디지털자산 사업자가 은행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금융과 IT의 융합을 가속할 수 있다.
다만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우려가 있어, 의결권 제한·이해상충 방지 장치와 패키지로 논의돼야 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우선순위 의제는 아니지만, 중기적으로 함께 검토할 의제다.
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 원칙(금가분리)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기의 1단계 보호 장치였다. 시장이 성숙하고 발행 인가제·준비금 규제가 정착하면, 점진적 완화가 가능하다. 다만 시점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시행 후 최소 1~2년의 모니터링 기간 이후가 적절하다.
-해외 사례에서 참조할 만한 대목은.
△티모시 신=미국·일본·EU·싱가포르·홍콩 모두 디지털자산을 ‘기존 금융의 변두리’가 아닌 ‘자본시장 구조의 일부’로 재배치 중이다. 한국이 베껴야 할 것은 특정 법조문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한다’는 그들의 접근 방식이다.
미국 클래리티 법안의 5월 마크업이 거론되고 있지만, 지난달 24일 기준 상원 은행위원회 마크업 일정은 아직 공식 확정되지 않았다. 갤럭시디지털은 5월 중순을 넘기면 통과 확률이 급락한다고 보고, 일부 분석은 7월을 가장 현실적인 처리 시점으로 본다. 즉, ‘5월 가닥’은 가능성의 영역이지 확정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일정과 별개로 클래리티 법안의 구조적 의미는 분명하다. 디지털자산을 SEC(증권형)와 CFTC(상품형) 관할로 명확히 양분하고, 발행·유통·수탁·중개에 ‘브로커-딜러 수준’의 시장 규율을 부과한다. 이는 디지털자산을 자본시장 인프라 안으로 ‘재배치’하는 시장구조법(Market Structure Bill)이다. 한국도 자본시장법, 전자증권법, 디지털자산기본법의 교집합을 정리하는 ‘한국형 시장구조법’ 발상이 필요하다.
또한 지니어스 법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100% 유동성 준비금과 월간 공시를 요구하며, 스테이블코인을 정식 금융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안착시켰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이 지니어스 법의 ‘준비금·공시 표준’을 실질적으로 차용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끌어올린 결단을 봐야 한다. 일본 내각은 지난달 10일 금융상품거래법(FIEA) 개정안을 의결했다. 가상자산을 자금결제법의 ‘결제 수단’ 카테고리에서 떼어내, 주식·채권과 동일한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하는 역사적 전환이다. 국회 통과 시 2027 회계연도부터 시행된다. 105개 종목에 대해 거래소가 발행자 정보, 기술 기반, 가격 변동 리스크를 의무 공시하고, 내부자거래가 명시적으로 금지되며, 무허가 운영자에 대한 처벌은 징역 3년에서 10년으로, 벌금은 300만엔에서 1000만엔으로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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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과세 체계의 정합성이다. 일본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하면서 최대 55% 종합과세에서 주식과 동일한 20% 분리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상품으로 보면 금융 소득세제를 적용한다’는 일관된 논리다. 한국이 가상자산을 기타소득(22%, 손실 이월공제 없음)으로 두면서 주식(분리과세, 손실 이월공제)과 차별 대우하는 현재 구조는 일본 모델 앞에서 점점 더 정당화하기 어려워진다.
EU 미카(MiCA)는 발행자 책임의 표준화가 주목된다. EU 미카는 자산참조토큰(ART)·전자화폐토큰(EMT)·기타 가상자산을 분리해 각기 다른 인가·준비금 규정을 적용하고, EU 패스포트로 27개국 단일 시장을 구축했다. 한국에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시사점은 두 가지다.
첫째, 발행자 인가제와 준비금 의무의 구체성이다. 미카는 준비금의 자산 구성, 격리 보관, 외부감사 주기, 즉시 상환권 같은 사항을 법령에 명시한다. 한국 디지털자산기본법도 ‘발행 인가제’라는 추상적 표현을 넘어, 준비금 비율(100%), 자산 구성(현금·국채·환매조건부채권 위주), 격리 보관, 월간 공시 같은 구체 기준을 법조문 또는 시행령에 직접 못 박아야 한다.
둘째, 외국 스테이블코인 처리 모델이다. 이탈리아·독일이 유럽은행감독청(EBA)에 외국 스테이블코인 차단 ‘킬 스위치’ 도입을 제안한 사례에서 보듯, EU 내부에서도 외국 발행 자산의 통화주권 위협에 대한 대응이 첨예하다. 한국은 이 논쟁의 결과를 면밀히 추적하며, 외국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조건(인가받은 국내 발행자와의 정산, 한도, 공시 의무 등)을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싱가포르·홍콩은 ‘표준’과 ‘유통’의 이중 모델이 주목된다. 싱가포르는 결제서비스법과 프로젝트 가디언으로 ‘토큰화의 글로벌 표준’을, 홍콩은 스테이블코인 조례와 프로젝트 앙상블로 ‘아시아 RWA 허브’를 노리고 있다. 한국에게 두 모델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인프라 표준 설계와 홍콩의 자본 접근성 전략을 결합한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
한국이 진짜로 참고해야 할 ‘메타 포인트’를 찾기 위해 개별 법조문을 베끼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섯 나라의 공통점은 디지털자산을 ‘별도 규제 영역’이 아니라 ‘자본시장 인프라의 일부’로 재배치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차용해야 할 것은 이 ‘재배치의 발상’ 자체다.
구체적으로는 (1)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인프라 핵심 요소로 정식 편입 (2)가상자산 발행·유통에 자본시장 규율 수준의 공시·시장감시 의무 부과 (3)토큰화 자산을 자본시장의 정식 상품으로 인정 (4)글로벌 상호운용성을 위한 표준 참여 (5)과세 체계의 정합성 확보 등 이 다섯 축이 ‘한국형 모델’의 좌표가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