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풀려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의 ‘윗선’ 폭로에 나섰지만, 김 씨는 입장차를 드러내면서 한때는 의형제 관계를 맺은 일당이 진실 공방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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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와 유 전 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은 사업 당시 의형제 관계를 맺고 서로를 살갑게 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공개된 ‘정영학 노래방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일당을 각각 “동규야” “남욱이” “영학이”라고 칭하며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고 “술값 내지마 그냥 가”라며 호의를 베풀었다.
또 사업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데 대해 김 씨는 “내 얘길 들어”라며 조언하는 맏형 노릇을 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도 이런 관계에 거부감이 없는 듯 김 씨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시종 깍듯하게 대하고, 자신들의 경솔한 행동을 반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살가운 형제 관계가 이제는 법정에서 진실공방을 펼치는 원수지간이 될 처지다. 법조계는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죄책을 덜기 위해 윗선 폭로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은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사건을 주도한 ‘윗선 주범’이 특정되고 자신들은 지시대로 움직인 ‘종범’으로 판명되면 혐의가 가벼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씨는 입장이 다르다. 대장동 사업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지분이 있음이 인정될 경우, 뇌물 공여 및 불법 선거자금 관련 혐의가 추가되고 형량도 더 무거워질 수 있다. 김 씨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과거 ‘윗선’의 존재를 암시했던 자신의 발언은 허언에 불과하고 천화동인 1호 실제 소유주는 본인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윗선 폭로는 대부분 김 씨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따라서 김 씨가 과거 자신이 했던 발언들을 모두 부정하면 유 전 본부장 측은 그와 진실공방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다만 핵심적인 로비스트 역할을 맡았던 김 씨가 유 전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심경 변화를 겪고 윗선 폭로전에 가세하면 대장동 수사가 가속화하고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김 씨는 출소를 앞두고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 법정에서 모든 걸 말씀드리겠다”고 언급한 만큼 당장 25일 공판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법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 전반에 대해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의 폭로 내용을 뒷받침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