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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일부 국가들의 완화조치가 아직 이르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위기대응 시스템이 열악해 감염속도도 더 빠르다.
◇개도국, 대응 체계 미비 속 잇따른 봉쇄완화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칠레 산티아고 빈민가에서는 지난 18일 “먹을 것을 달라”며 봉쇄조치에 대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콜롬비아와 과테말라 등지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칠레 수도 리마에서는 대규모 실업 사태에 2개월 간의 봉쇄령을 무시하고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레바논에서는 봉쇄조치에 따른 경제난에 분노한 시위대가 은행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WSJ은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이 봉쇄를 풀자니 재확산이 우려되고, 유지하자니 민심이 돌아서는 정치적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브라질, 멕시코, 탄자니아 등 많은 국가의 지도자들이 이미 봉쇄조치 완화를 택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과장됐다”,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시위를 통해 감염이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봉쇄가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며 완화조치를 합리화했다.
브라질과 멕시코에서는 자동차 공장이 다시 가동됐고, 인도 전역에서는 열차 서비스가 재개됐다. 페루에선 광업 업체들이 다시 문을 열었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에서는 시장과 노점 등이 사람들로 가득찼다. 필리핀 역시 감염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봉쇄를 해제했다.
이들 국가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론 대부분의 코로나19 대응 지침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감염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실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국가들은 봉쇄를 완화하기 시작한 중남미 개도국들이다.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중남미 30개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약 71만명에 달한다. 최근 일주일 새 하루 평균 3~4만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심각한 곳은 브라질로, 다른 국가들보다 검사가 더딘데도 확진자 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브라질은 내달부터 봉쇄령을 파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애틀란타 소재 에모리 백신센터의 카를로스 델 리오 박사는 “봉쇄조치는 대량 검사를 준비하고 충분한 병원 공간 확보 등을 준비하기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빈곤 국가들은 이를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개도국·빈국 완화 “이르다”…곳곳서 2차 ‘피크’ 우려
이미 싱가포르 사례에서 확인된 것처럼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봉쇄조치를 완화할 경우 감염이 재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WSJ은 “개도국들에서는 봉쇄조치가 전염을 줄이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것을 잠시 억제했을 뿐”이라면서 “봉쇄를 완화하면 최악의 경우 전국민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도 더 큰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마이크 라이언 WHO 사무총장은 이날 “코로나19 위기가 ‘제2차 정점(second peak)’에 이를 수 있다”고 세계 각국에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현재의 발병률 감소세는 각국의 강력한 보건 조치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 질병이 언제든 확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확진 감소세가 수 개월간 지속된다고 볼 수 없다. 제2차 정점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브라질을 거론하며 “브라질의 극도의 감염률은 경제에 대한 영향이 어떻든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택 격리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베일러의대 열대의학대학원 원장인 피터 호테즈 박사는 “최종적으로 브라질과 남미 국가들의 최종 사망자수가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