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기획공연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공연계 거장 박범훈·손진책·국수호 의기투합
국립극당 남산 이전 50주년 기념 의미도 담아
"양분화된 세상에 필요한 사랑·화합 노래"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 전파의 의도를 담아 직접 쓴 ‘월인천강지곡’이 313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공연으로 재탄생한다. 국립극장이 오는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기획공연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이다.
| 국립극장 남산 이전 50주년 기념공연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에 참여하는 손진책(왼쪽부터) 연출, 국수호 안무가, 박범훈 작곡가. (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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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대표 거장들이 의기투합했다. 작곡가 겸 지휘자 박범훈(75), 연출가 손진책(76), 안무가 국수호(75)다. 박 작곡가가 ‘월인천강지곡’을 바탕으로 시인 박해진이 만든 노랫말에 2년 가까이 곡을 붙였다. 손 연출과 국 안무가가 이를 공연으로 함께 빚었다. 국립극장 전속단체(국립국악관현악단·국립무용단·국립창극단)를 비롯해 서양 오케스트라, 합창단까지 대규모 출연진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지난 28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작곡가는 “코로나19가 심했던 시기 2년에 걸쳐 작곡한 곡으로 제 작품 중 가장 오랜 시간 만든 곡이기도 하다”라며 “칸타타(성악곡의 하나로 독창·중창·합창과 악기 반주가 동반되는 악곡의 형식)를 빌려 ‘21세기의 월인천강지곡’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월인천강지곡’은 ‘마치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추는 것 같다’는 의미의 제목이다. 세종대왕이 먼저 떠난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한글로 지은 찬불가(讚佛歌)로 석가모니(세존)의 생애를 담고 있다. 훈민정음 창제 직후 한글로 쓰인 작품이기도 하다. 학계에선 세종대왕이 당시 백성들에게 친숙했던 불교 교리를 통해 한글을 전파하고자 한 세종대왕의 숨은 뜻이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창작진이 주목한 것은 종교적 내용이 아닌 세종대왕의 사랑과 화합의 정신이다. 국 안무가는 “‘월인천강지곡’ 속 세종대왕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번 작품의 대본과 악보에도 고스란히 담겼다”며 “무용 또한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면서도 사랑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 국립극장 남산 이전 50주년 기념공연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연습 장면. (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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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국립극장의 남산 이전 5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국립극장은 1950년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부민관(현 서울특별시의회 의사당) 자리에 창립했다. 한국전쟁 시기 대구로 잠시 자리를 옮겼고, 전쟁이 끝난 뒤엔 명동(현 명동예술극장)에 자리했다가 1973년 10월 17일 지금의 남산 장충동으로 터를 옮겼다. 안정적인 공연장과 연습 공간을 통해 창극과 한국무용, 국악관현악 등 다채로운 공연예술을 선보이며 ‘K컬처’의 기반인 전통문화의 현대화에 앞장서 왔다. 창작진들 또한 국립극장의 남산 시대와 함께 성장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박인건 국립극장 극장장은 “세상이 너무 양분화돼 있고 정치적, 이념적으로 과거보다 화합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화합’을 주제로 한 공연을 선보이게 됐다”라며 “이번엔 3회 공연밖에 안 하지만 앞으로 작품을 더 발전시켜 장기 공연이 가능한 레퍼토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박인건(왼쪽부터) 국립극장 극장장, 박범훈 작곡가, 국수호 안무가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국립극장 남산 이전 50주년 기념공연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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