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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를 보면, 예금은행의 만기 3년 이상 예금 잔액은 지난 10월 17조7313억원으로 전월보다 1322억원(0.8%) 불어났다. 3년 이상 장기 예금이 늘어난 것은 지난 7월 이후 석달 만이다. 3년 이상 장기 예금은 올해 들어 7월까지 평균 18조7000억원대에서 전월 대비 0%대 등락하며 횡보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8월과 9월에 각각 전월대비 6267억원(-3.3%)와 5271억원(-2.9%)이 감소하면서 잔액이 3%씩 쪼그라들었다. 이렇게 상품 선택에서 소외됐던 3년 이상 장기예금이 10월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3년 이상 정기 예금 잔액이 올해 정체 내지 감소를 보인 이유는 만기 1년 미만 단기 상품이 선호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기 예금에 자금이 쏠리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통상 장기 예금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 예테크족들이 ‘방망이(만기)를 짧게’ 잡으면서 더 오른 금리로 갈아타려는 행태가 많아졌다. 실제 ‘만기 6개월 미만 예금’과 ‘만기 6개월 이상 1년 미만 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에 견줘 지난 10월 각각 109조5860억원(90%), 18조8157억원(11%)늘었다. 특히 6개월 미만 예금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여전히 가파르고 지난달에는 20%까지 치솟아 당분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 예금 가입 증가도 점차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년 이상 예금이 10월 석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 하나의 선행 지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7.7%로 발표돼 12월 연준 금리상승 전망이 사실상 50bp로 낮춰졌던 데다 실제 이날 새벽 연준은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50bp 올리면서 예상된 긴축 속도조절을 현실화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속도 조절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수신금리 경쟁 자체를 당부하고 있는 것도 예금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이런 요인들이 반영돼 10월과 11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후 시중은행 금리 대응은 달랐다.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한 후 주요 시중은행은 최대 100bp의 예적금 금리를 이내 올렸지만, 11월 기준금리 25bp 인상 때에는 추가 예금 금리 인상은 없었고, 기준금리 인상 전에 5%대에서 4%대로 떨어진 예금 금리대가 유지되고 있다.
정성진 KB국민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최근 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가 내려가고 있어 지금은 만기 1년 이상 예금을 추천하고 있다”며 “향후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만기 3개월의 단기예금 금리가 오르지 1년 이상 장기 예금 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고채 10년물, 30년물 금리는 몇 달 전부터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고채 수익률은 10년물은 지난 10월21일 4.632%, 20년물은 10월21일 4.537%를 각각 정점으로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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