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위원장은 7일 긴급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금융위원장으로서 금융권 인사를 불러모은 회의였다. 이전 주재한 회의와는 중량감이 달랐다. 임 위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순실 사태 이후 야권과 여론의 반발이 커지면서 경제팀을 이끌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한 상황에서, 그가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시장과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는 “지금 상황이 1997년이나 2008년 위기 때와는 다르다”면서도 위기론을 강조했다. 일단 우리 경제상황에 대해 여리박빙(如履薄氷)과 같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리박빙’은 얇은 얼음을 밟듯 몹시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엄중한 상황이니만큼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24시간 살피는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임 위원장이 이날 가장 강조한 부분은 외화 유동성 관리와 대외신인도 관리 부문이다.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경제인 터라 외환시장에서 가장 먼저 위기의 징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과 공조해 금융권의 외화차입 여건이나 대외 위험 관련 특이동향은 매일 점검하라”고 지시하면서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에 대해서는 시장안정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글로벌 신용평가사나 해외 투자자 국제기구와 소통을 강화하고 대외 신인도를 관리해야 한다”면서 특히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해소되고 우리 경제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안정과 대외신인도 관리는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가 관리해왔다. 영역 다툼 논란이 커질 수 있어 국내 금융권을 감독하는 금융위가 언급하는 자체를 금기시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이날만큼은 임 위원장이 외환시장을 포함해 기재부의 적극적인 대응까지 주문한 것이다.
통상 각료들은 내정자 단계에서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고 바짝 엎드린다. 국회 청문회를 염두에 둬서다. 반면 임 위원장은 대내외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통상의 금융위원장의 업무 영역을 넘어선 외환시장 문제까지 언급하면서 대응수위를 높이겠다고 한 것이다. 내정자 신분으로 여러제약이 있음에도 눈앞에 닥친 위기를 못 본 채하며 뒤로 물러서 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친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화 유동성은 매일 점검하는 사안”이라면서 “전반적으로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현재 경제팀은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경제 컨트럴 타워 역할을 자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제계에서는 경질된 유 부총리를 대신할 구심점 복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외적으로 불안이 겹친 위기”라면서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경제팀의 공백은 큰 위험요소“라고 진단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누구의 메시지가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인가를 고려할 때 임 위원장이 나서는 게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임 위원장이 첫발을 땠지만 경제부총리 역할을 대체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순실 사태 이후 국정혼란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고, 야당은 김병준 총리를 포함해 이번 개각 청문회를 보이콧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선 개입 의혹이 불거진 것도 임 위원장에게는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원칙을 지켰다고 하지만 비선실세에게 찍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됐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이고 누군가는 경제팀을 이끌어야 하는데, 임 위원장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면서도 “내정자 신분에서 역할이 커지면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