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자영 안혜신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005380)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086280) 주식을 일부 매각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현재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각각 11.51%, 31.88%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정 회장은 이번에 180만주인 4.8%를 처분하고 정 부회장은 8.59%(322만2170주)를 판다. 이렇게 되면 두 사람의 지분은 43.39%에서 29.99%로 낮아진다.
증권업계와 재계 안팎에서는 외형상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율을 30% 이하로 낮춰 공정거래법상 23조 조항을 피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3년 공정거래법과 지난해 초 공정개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상장 회사 중 특수관계인(지배주주 및 그 친족)이 보유한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회사와의 거래 등을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면 처벌하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 뒤에 근본적으로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승계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장은 우선 지분 매각의 할인율이 7.5~12%로 비교적 크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현대차 대주주의 지분 매각의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분석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조3000억원 이상의 큰 규모고 할인폭이 7.5~12%로 비교적 큰 것으로 보아 매각의지가 매우 강하다”면서 “시장은 이번 딜을 현대차 지배구조 변화의 구체적 액션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간의 합병을 예상했다.
정몽구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율이 높은 데다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어 두 회사를 합병하면 자연스럽게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수단으로 합병을 선택할 경우 주주들의 반대라는 암초를 만날 수 있어 이번 매각 작업이 또 하나의 시나리오로 등장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말 삼성엔지니어링(028050)과 삼성중공업(010140)의 합병이 기관을 포함한 주주들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따라서 현대차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정공법’을 택하려는 수순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합병에서 보듯 주주가 반대하게 되면 이를 재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아진다”면서 “따라서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서 매각한 뒤 이를 통해 사고 싶은 핵심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관련, IB업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 매각대금을 활용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것이라는 시각도 흘러나왔다. 합병 시나리오가 사실상 현실성을 잃었기 때문에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지배구조 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블록딜 결정으로 글로비스와 모비스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엇갈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날 블록딜 소식이 전해진 뒤 오후 5시17분 현재 시간외거래에서 글로비스는 정규시장 마감가 30만원 대비 10% 하락한 2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지분 매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모비스는 시간외에서 종가 대비 6.09% 오른 25만2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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