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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인 정명훈(61)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영국 런던을 뜨겁게 달궜다. 정 감독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27일(이하 현지시간) 로열앨버트홀에서 열린 세계적인 음악축제 ‘BBC 프롬스’에서 한국적 감성을 듬뿍 담은 격정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6000여 관객은 끊임없는 박수와 환호로 서울시향에 찬사를 보냈다. 이날 연주의 지휘를 맡은 정 감독은 “서울시향의 프롬스 데뷔무대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관객들이야말로 오늘의 스타”라고 감사의 뜻을 밝혔고 이에 더욱 큰 환호성이 쏟아졌다. 서울시향 단원들은 프롬스 무대에서는 이례적인 앙코르 연주로 브람스의 ‘헝가리무곡’을 선물했다.
BBC 프롬스는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축제로 음악인들에게는 선망의 무대로 통한다.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펼쳐지는 90여회의 공연은 영국 전역과 전 세계에 중계된다. 올해는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이 초청됐다. 특히 서울시향의 이번 공연은 2001년 NHK심포니오케스트라 이후 13년 만에 BBC 프롬스에 초청된 아시아 대표 오케스트라의 무대로 큰 관심을 끌었다. 당일 판매되는 입석을 제외하고 5200여 좌석은 일찌감치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90분간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서울시향은 드뷔시의 ‘바다’, 한국 작곡가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차례로 연주했다. 세련되고 변화무쌍한 스타일로 ‘바다’를 연주했고 ‘슈’에서는 협연자 우웨이가 동양의 전통악기로 천의 소리를 현란하게 빚어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공연의 백미는 ‘비창’. ‘비창’은 국제무대의 찬사 속에 도이치그라모폰 음반으로 발매된 서울시향의 대표 레퍼토리다. 관객들은 거장의 걸작을 한 편의 드라마로 펼쳐낸 연주에 숨을 죽였다. 격정적인 3악장 연주 후에는 악장 중간임에도 관례를 깬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울시향은 이날 무대를 끝으로 지난 21일 핀란드 투르쿠뮤직페스티벌, 23일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페스티벌, 25일 이탈리아 메라노 뮤직페스티벌 등을 거친 유럽 순회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