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가 중심이 됐던 과거와 달리 조직 규모는 물론, 개발 방법론도 바뀌었다. 최소 3명에서 최대 30명을 넘지 않는 인력으로 팀을 구성하고 개발 속도는 빠르게, 변화는 유연하게 수용·반영할 수 있는 애자일 문화를 적극 펼치고 있다.
애자일 개발방법론은 고전적인 개발방법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초기에 수립된 계획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개발 과정 중 발생하는 변경사항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점이 골자다. 특히 소프트웨어(SW)나 서비스 개발 속도를 높여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을 단축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 또한 대작에 집중하기 보다는 소규모 인원으로 빠르게 시장의 평가를 받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넥슨이다. 지난해 인디 게임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개발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데이브 더 다이버’가 대표적이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지난해 6월 출시돼 국내 싱글 패키지 최초로 글로벌 누적 판매 300만장을 넘긴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스팀 플레이 리뷰 9만3000여개 중 97%가 최고 평가 등급인 ‘압도적 긍정적’을 택했고, 해외 게임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국내 최초로 ‘머스트 플레이’ 타이틀을 획득했다.
기록적 성과를 거둔 데이브 더 다이버의 개발 인력은 불과 20여명 남짓이다. 개발 기간 또한 2년으로, 기존에 몇백명이 3~4년간 개발에 매진해왔던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민트로켓의 운영 철학과 방식도 힘을 보탰다. 단기적 매출 성과가 아니라 장르에 상관없이 재미와 참신함을 충족시키는 게임이라면 무엇이든 개발하도록 해서다. 게임 흥행 여부를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지 않는 점도 주효했다.
크래프톤 또한 독립 스튜디오를 필두로 인디게임을 개발 중이다. 단 3명이 개발한 탑다운 슈터 장르 게임 ‘킬 더 크로우즈’로 이미 성과를 얻기도 했다. 독립 스튜디오 5민랩이 지난해 출시한 킬 더 크로우즈는 게임 개발이 없던 3명의 소규모 개발팀이 약 7개월간 개발한 저예산 캐주얼 게임이다. 이 게임은 지난해 8월 21일 출시 이후 40여일 만에 누적 리뷰 500개 돌파, 긍정 평가 96%를 받아 최고 평가 등급인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기록한 바 있다.
‘투톱’ 체제로 전환한 엔씨소프트 또한 향후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르코’를 필두로 소규모 개발 문화 확산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택진 공동대표는 소규모 개발팀의 창의성을 확대하기 위해 전사 차원의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르코를 통해 게임 개발에 필요한 ‘아트’ 작업을 대체, 소규모 개발팀이 적극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엔씨 관계자는 “소규모 팀이 게임 기획 등 인큐베이팅을 마치고 나면 아트 작업이 필요한데 바르코로 이를 대체해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사내 적용은 됐으며, 현재 기존 라이브게임에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고, 향후 소규모 프로젝트 확대에도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와 함께 시장 동향과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게임을 개발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며 “데이브 더 다이버 등 성공 사례가 나온 만큼, 빠르게 개발해 시장 판단을 받는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