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HDC현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 사고,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광주 사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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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가족분들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하겠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하고자 한다. 죄송하다”며 “제가 지난여름과 이번 사고 때문에 광주에 이렇게 커다란 누를 끼쳐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퇴하게 됐다”며 “사퇴는 하지만 그 책임이 면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지고하겠다는 걸 약속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가 난 지 얼마나 지났는데 이제 내려오느냐. 일주일을 허송세월로 다 보내지 않았느냐 진작 왔어야 하지 않느냐. 다 필요 없다. 내 가족 찾아달라. 그냥 손 떼라. 가족들은 피가 마른다”며 울분을 쏟아냈다. 실종자 가족 대책위원회 대표 안모(45)씨는 “피해 보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생이 절단 나고 있다. (정 회장이) 고개 몇 번 숙이는 것은 쇼에 불과하고 가식에 불과하다. 상황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는) 면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고 현장 주변 상인과 아파트 예비 입주자까지 분통을 터트렸다. 이승엽 화정동 아이파크 예비 입주자 대표는 “진정성 없는 사과와 책임없는 사퇴를 반대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 회장은 모든 법률상 경영상 책임을 진 이후 사퇴를 해야 하는 것이 응당하다”고 주장했다. 홍석선 인근 상인회 피해대책위원장도 “(현산) 회장은 (우리) 피해자들한테 사과했느냐”며 “우리도 피해자인데 어떠한 안내도 없다. 현산이 피해자를 배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사고 현장에 항의 방문했다.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1층과 지하 1층 잔해물 제거를 마쳤지만 실종자분을 찾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119구조견을 현장 투입해 수색을 진행했지만 특이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책본부는 타워 크레인을 해체한 후 안전 문제가 해결되면 23~38층 쌓인 잔해물을 제거하면서 상층부에서 실종자 수색을 시행할 계획이다. 대책본부는 타워 크레인을 해체하기 위한 이동식 크레인 1호기는 조립 작업을 마쳤고, 이날 와이어 보강작업에 필요한 각 지지대 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구조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건축물 안전진단과 구조 분야 전문가 대책 회의를 열고 상층부 수색을 집중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현재 붕괴 건물에 타워 크레인이 위태롭게 기대있어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상태다. 대책본부는 각 분야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타워 크레인을 해체하는 작업과 상층부에서 실종자 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장)은 “건축물 안전진단·구조 분야 전문가 등과 대책회의를 열고 자문받아 수색 구조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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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공사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하는 레미콘 업체 10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최근 공사현장에서 사용된 콘크리트의 성분이 불량했고 이에 따라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도 관련 수사를 진행해 규명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붕괴사고와 관련된 입건자는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1명, 공사부장과 안전관리 책임자급 5명,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1명, 감리 3명 등 총 1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