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타다 경찰 단속에 적발된 A(29)씨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헬멧 미착용이 단속 대상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그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타고 있던 전동킥보드에서 조용히 내려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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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경찰서는 13일 오후 1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지하철 2호선·공항철도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개정 도로교통법 단속을 벌였다.
도로교통법에 개정안에 따르면 이날부터 원동기 면허 이상을 소지한 운전자만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범칙금은 △무면허 운전 10만원 △안전모 미착용 2만원 △승차 정원 초과 4만원이다.
경찰이 단속을 시작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덜미를 잡혔다. 보도로 주행하다 적발되는 경우도 속출했다. 이날 보도로 주행하다 경찰에 붙잡힌 진(23)모씨는 “자동차를 피하려고 잠시 인도로 들어왔다가 적발됐다”며 “단속 대상인지 정확히 몰랐었다”고 하소연했다. 마포경찰서가 단속한 한 시간 동안만 전기자전거 등을 포함해 총 62대가 관련 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대부분 사람들은 ‘전동킥보드 법’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바뀐 법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김모(29)씨도 “킥보드 자체가 단거리를 이동할 때 타는 건데 누가 그걸 위해 헬멧을 가지고 다니겠느냐”며 “정책을 좀 더 현실성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꼬집었다.
신모(24)씨도 “가끔 출근할 때 차가 막히면 지하철역까지 전동킥보드를 타는데 솔직히 헬멧 착용이라든가, 자전거 도로나 차도에서만 주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혼란을 겪은 배경에는 수차례 ‘땜질식 처방’으로 바뀐 도로교통법이 있다.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은 작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이뤄졌다. 작년 12월 10일에는 △13세 이상 무면허 운전 가능 △안전모 착용 의무 없음 등의 내용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러나 이후 인명사고가 잇따르자 국회에서 부랴부랴 법을 다시 바꿨다. 이날부터 시행된 재개정안은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 시행된 안과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한편 이날 단속에 나선 경찰은 바뀐 법에 대한 홍보·안내에 방점을 뒀다. 6월 13일까지 한 달간 계도기간을 거친 뒤에 실제 단속을 하고 법을 집행할 방침이다. 한태동 마포경찰서 교통과장은 “그간 전동킥보드가 인도로 주행해 보행자들의 보행권이 침해됐다”며 “사고의 위험이 높음에도 부상자와 사상자가 늘면서 단속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