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유해용 전 연구관 檢 소환 "검찰, 수사상황 실시간 공개" 반발

노희준 기자I 2018.09.12 14:32:56

양승태 사법부 전 수석재판연구관 검찰 소환
"조사 전에 이미 범죄자로 낙인" 검찰에 각 세워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대법원 재판 자료 등 기밀을 유출하고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에 개입한 의혹 등을 받는 유해용(사진)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2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됐다. 지난 9일 검찰에 출석한 지 사흘만에 이뤄진 재소환이다.

유 전 연구관은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공개돼 조사 전에도 엄청난 범죄자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유 전 연구관은 이날 오후 1시 47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나왔다. 그는 대법원 기밀 문건 등을 파기에 이유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오늘은 조사를 받으러 왔기 때문에 조사과정에서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현상을 보존하겠다’는 취지의 확약서를 작성한 이유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상 작성할 의무가 없는데 검사가 장시간에 걸쳐 확약서 작성을 요구했기에 어쩔 수 없이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그는 그런 확약서 작성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파기한 데 대해 입장문을 통해 “자료를 갖고 있는 한 검찰이 끊임없이 저를 압박할 것을 예상하니 너무 스트레스가 극심했다”며 “어차피 법원에서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폐기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반면 유 전 연구관은 이날 ‘구명 이메일’이라는 의혹을 받는 문건을 법조인들에게 돌린 데 대해서는 “저의 안위를 걱정해서 먼저 소식을 물어보고 궁금해하는 연수원 제자들, 법대 동기 몇 명 그리고 고교 선배 아주 극소수 사람에게 보냈다”며 자세하게 항변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에 엄연히 피의사실 공표가 있다”며 “검찰 수사상황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공개돼 제가 조사를 받기 전에도 마치 엄청난 범죄자로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억울한 처지를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호소하지 못 한다면 공정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 기밀 문건을 파기한 사실을 1차 검찰 소환 때 알리지 않은 이유를 두고는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며 “대법원에서 회수를 요청한 상황에서 제가 입장을 표시하기 난처해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유 전 연구관은 퇴직 때 기밀문건인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의 자료를 대법원에서 대량으로 들고 나간 뒤 최근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문건을 파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문건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그는 법원행정처가 2016년 6월 작성한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을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통진당 의원들이 의원 지위 확인을 구하기 위해 낸 행정소송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할지를 검토하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문건이 대법원 재판을 총괄 검토하는 유 전 연구관에게 전달된 점에서 대법원 해당 재판부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유 전 연구관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건넨 의혹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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