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연초부터 회사채 공모시장이 뜨겁다. 롯데칠성(005300)음료, 연합자산관리, LG상사(001120) 등 우량 회사채는 물론 비우량채인 AJ네트웍스까지 수요예측(사전청약)에서 잇따라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연초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국내외 금리 인상기임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1월 효과와 완만한 금리 인상, 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 등으로 크레딧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당분간 크레딧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 및 크레딧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수요예측을 진행한 AA+등급의 롯데칠성음료는 ‘부정적’ 등급 전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모집금액의 2.6배에 달하는 사전청약 자금이 몰렸다. 이에 따라 종전 발행 규모보다 500억원 증액한 총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A0 등급 연합자산관리와 AA- 등급의 LG상사도 각각 모집액의 4배 이상이 몰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상사의 경우 지난해 두 차례 수요예측 미달을 겪었다는 점에서 올해 크레딧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주목할 점은 A급 이하 크레딧물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BBB+ 등급의 AJ네트웍스(095570)도 오버부킹(수요초과)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회사채 시장 흥행 원인으로 우선 연초 효과 및 금리 상승에 따른 고금리 매력 등을 꼽고 있다. 박진영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자금집행 재개 및 우량채 금리매력 개선에 따라 투자 수요가 탄탄하게 뒷받침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데다 금리 인상 속도도 완만해 금리 인상 우려는 당분간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공사채 발행이 확대되기 쉽지 않아 우량채 수급은 더욱 타이트해질 전망”이라며 “연기금·보험권 등 장기투자자들도 작년 하반기부터 헷지 비용이 높아진 해외 채권 대신 국내 크레딧 비중을 확대하기 시작한 만큼 크레딧 매수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초 기관들의 자금 집행 본격화에 따른 풍부한 시장 유동성도 채권시장에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으로 비우량채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회사채 시장 역시 등급 하향 가능성에 대한 위험 관리보다는 등급 상향 가능 업종에 대한 투자확대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 임 연구원은 “그동안 비우량채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가 제한적이었지만 올해 기업 실적 개선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용등급 하락도 마무리되고 있어 하위 등급 채권 투자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