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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돈 빌리기 어려워진 시대다. “돈줄을 더 조일 것”이라는 대다수 금융기관의 스탠스에 가계대출 빙하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규제에 따른 영향이 커보인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계대출 빙하기 현실화
8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계주택’에 대한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30을 기록했다. 가계주택은 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뜻한다. 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대출금리를 높이는 등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답한 금융기관이 완화하겠다고 답한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 정도 수준은 지난해 4분기 실적치(-27)보다 더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40)까지는 아니지만, 은행권이 그만큼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금융기관의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전례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줄곧 -30 안팎까지 내려앉았다.
박완근 한은 은행분석팀장은 “올해 주담대에 대한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 도입, 모든 가계대출에 대한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시범 적용 등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자금과 마이너스통장 같은 ‘가계일반’ 대출도 빡빡해질 전망이다. 1분기 가계일반에 대한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13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치는 -17이었다. 이 역시 최근 들어 마이너스 폭이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폭은 줄곧 한자리 수였다.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는 것도 대출 빙하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1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27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17)보다 10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의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진 데다, 일부 지방의 집값이 하락한 탓으로 풀이된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실수요자마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도 돈줄 마를듯
비(非)은행권도 마찬가지다. 신용카드사를 제외한 대부분 제2금융권에서 대출은 얼어붙을 전망이다.
상호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22. 전분기 실적치(-17)보다 낮다. 상호저축은행은 통상 대출자들이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면 주로 찾는 곳이다. 그외에 상호금융조합(-39)과 생명보험사(-7)의 1분기 전망치도 내렸다. 특히 상호금융조합의 지수는 지난해 2분기부터 -44→-43→-38→-39로 급락하고 있다.
제2금융권이 보는 차주의 신용위험은 은행과 마찬가지로 더 높아졌다. 상호저축은행의 1분기 전망치는 21까지 올랐다. 2015년 4분기(21) 이후 2년1분기 만의 최고치다. 상호금융조합(24→35)도 한 분기 만에 11포인트나 급등했다.
가계뿐만 아니다. 자영업자도 돈 빌리기가 쉽지 않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1분기 -7까지 떨어졌다. 전분기(3) 대비 마이너스 전환했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3월 도입 예정인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영향 때문”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이 보는 중소기업의 신용위험(20→23)도 한 분기 사이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국내 은행 15개, 상호저축은행 16개, 신용카드사 8개, 생명보험사 10개, 상호금융조합 150개 등 199개 금융기관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24일~12월13일 전자설문 방식으로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