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빚도 채무조정 쉽게 한다..1년 지나면 상각(상보)

노희준 기자I 2017.03.06 14:34:21

금융위, 금융공공기관 부실채권 관리 제도개선 방안
금융공공기관 채권 수준, 은행 수준으로 상향
상각 채권은 캠코에 매각해 관리 일원화

(자료=금융위원회)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A씨는 갑은행(1000만원), 을캐피탈(1000만원), 병보증기금(3000만원)을 통해 대출받은 5000만원을 사업에 투자했다 사업 실패로 연체가 발생했다. A씨는 채무독촉에 못 이겨 채무조정을 통해 빚을 상환하고자 신용회복위원회를 방문했다. 하지만 A씨는 결국 빚 갚기를 포기했다. 문제는 병보증기금 채무였다. 갑은행과 을캐피탈 채무는 상각돼 60%까지 감면되는 반면, 병보증기금이 대신 갚은 채무는 상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복위는 상각되지 않은 채무는 원금을 감면할 수 없다고 했다.

◇ 금융공공기관 상각, 은행 수준으로 상향

올해 3분기(7~9월)부터 A씨와 같이 금융공공기관에서 진 빚도 이전보다 쉽게 채무조정 할 수 있게 된다. A씨의 발목을 잡았던 병보증기금 등 금융공공기관의 채권도 일정 기간 경과되면 상각되기 때문이다. 상각이란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 회계상 손실처리 하는 채권으로 통상 상각이 돼야 원금 감면 등 채무조정이 쉬워진다. 이를 위해 현재 금융공공기관의 낮은 채권 상각수준을 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했다. 대위변제나 채권매입 후 1년 이상 경과한 금융공공기관의 부실채권은 원칙적으로 상각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은행과 달리 금융공공기관은 명확한 채권상각의 기준이 없어 상환받을 수 없는 채권까지 움켜쥐고 있어 다중채무자의 채무재조정이 잘 안 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공공기관 부실채권 관리 제도개선 방안’을 6일 밝혔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그간 ‘형식적인 회수와 보유’에 머물던 부실채권 관린 기조를 ‘적극적인 조정과 정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소극적인 보유 중심의 기조 탓에 6개 금융공공기관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 약 25조원으로 관련 채무자는 70만명에 달한다. 같은기간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의 가계 부실채권 약 40조원이 1.75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모호한 상각기준부터 정비키로 했다. 현재는 회수 불가능, 회수실익 없는 경우 등 구체적인 기준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는 보증기관의 보증을 통해 나간 대출이 연체돼 보증기관이 은행에 대위변제를 하거나 채권매입후 1년 이상이 경과한 경우 등으로 기준을 구체화해 이에 해당하면 원칙적으로 상각토록 했다. A씨의 경우라면 병보증기금의 채무도 상각돼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을 통해 다른 금융회사 채무와 동일하게 최대 60%까지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다만 일정금액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거나 이미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한 경우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 상각 채권 캠코에서만 관리

금융공공기관의 상각된 채권은 캠코(자산관리공사)로 모아 관리의 효율성도 높일 계획이다. 금융공공기관간 채무조정의 ‘키높이’(수준)를 맞추겠다는 얘기다. 지금은 채권을 쥐고 있는 금융공공기관마다 원금감면 허용여부·범위·감면률이 달라 한 기관에서 채무조정을 반대할 경우 채무조정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한 채무자를 상대로 경쟁적인 채무 독촉에 나서다 보니 채무자 고통도 큰 편이다. 앞으로는 채무자가 공공기관에서 진 빚의 경우 캠코만 상대하면 돼 채무독촉의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금융공공기관에서 진 빚의 상환 순서를 ‘원금→비용→이자’ 순서로 바꾸기로 했다. 일부 금융공공기관은 현재 ‘비용→원금→이자’로 하고 있어 일부 채무를 갚아도 이자가 계속 불어나는 원금이 줄어들지 않아 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밖에 금융공공기관에서 진 빚이 200만원 이하이거나 채무자가 70세 이상인 경우 소멸시효(5년)를 연장하지 않아 채무자의 재기를 돕기로 했다. 지금껏 금융공공기관은 취약계층 등 회수실익이 없는 채권도 관행적으로 소멸시효 도래시 소송 등을 통해 소멸시효를 10년 연장, 총 15년 이상 추심을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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