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 넘은 어린이집 특별활동 칼댄다(종합)

[이데일리 유재희 조용석 기자] . 우리 아이는 특별활동을 줄이려고 했는데, 선생님께 여쭤보니 반 아이들이 다 듣기 때문에 수업 신청을 안 하면 다른 교실에서 혼자 있어야 한대요.

. 특별활동 비용이 너무 비싼 거 같아요. 일부 부당하다 싶은 게 있지만, 아이를 맡기는 처지라 아이한테 불이익이 갈까 봐 어린이집에 물어보지도 못해요.

서울시가 도를 넘는 어린이집 특별활동에 칼을 들었다. 특별활동비 상한선을 대폭 내려 과도한 특별활동을 막고,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계에서는 특별활동비 제한으로 보육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는 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그동안 각 자치구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 온 특별활동비 수납한도액을 올해부터 서울시장이 자치구 최저 수준으로 일괄 결정, 25개 자치구에 동일하게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특별활동비 수납한도액은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5만원, 민간·가정어린이집 8만원, 서울형 6만 5000원으로 일괄 적용한다. 서울형의 경우 내년부터 국공립어린이집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춘다.

이를 통해 자치구간 특활비 불균형을 해소하고,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해 과도한 특별활동을 제한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복안이다. 실제 특별활동비 상한선 인하로 앞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은 2과목, 민간어린이집은 3과목 정도만 특별활동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집 특별활동…뭐가 문제인가?

지난 2013년 3월 이후 0~5세에 대한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되고 있지만,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은 여전하다. 무상보육으로 절약되는 돈이 아이들의 특별활동비로 사용되고, 이로 인해 사교육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오히려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 탓이다.

현대리서치연구소가 어린이집 학부모 1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국공립·민간 어린이집의 92%가 특별활동을 진행하고, 약 70%의 부모가 자녀를 3과목 이상의 특별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4과목 이상도 43.1%에 달했다. 문제는 61%의 부모가 아이의 소외감에 대한 우려 등으로 특별활동에 참여시키고 있었고, 57.6%의 부모가 특별활동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한 점이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어린이집의 과도한 특별활동으로 자신의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하는 아동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며 “아울러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 문제는 물론 어린이집 원장과 특별활동 업체 간 리베이트 수수 등의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특별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이 일부 방치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비참여 아이를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어린이집은 시정명령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특별활동의 질 저하 및 보육교사 부담 증가 우려

그러나 일부에선 서울시가 어린이집 현실을 무시한 채 너무 성급하고, 독단적으로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은경 사회복지법인 큰하늘어린이집 대표는 “특별활동비 상한선이 인하되면 저임금의 외부 강사를 쓸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교육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아울러 외부강사를 많이 못 부르면 결국 보육교사들의 일이 늘어나면서 보육교사의 처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진혁 서울시 어린이집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 실장은 “특성화교육은 교재만 따로 구입해 보육교사가 직접 하는 수업인데, 이번 특별활동 제약으로 결국 어린이집은 특성화 교육만 늘릴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은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무상보육 시행 이후 악화된 수익성을 특별활동을 통해 보전해오던 어린이집들의 경우 경영난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과목별 우수업체와 강사를 공모, 심사를 통해 우수 업체 또는 강사 풀(pool)을 구성하고, 이를 어린이집과 연결해주는 ‘특별활동 우수업체 공모제’를 시범 시행한 뒤 문제점을 개선해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특별활동 내용을 공개해 특별활동 품질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용어설명

특별활동이란 어린이집 정규 보육과정 외의 활동 프로그램이다. 보육 교직원이 아닌 외부 강사에 의해 어린이집 내·외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며,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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