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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당금 여파' 시장 전망 못 미친 기업은행, 앞으로는?

노희준 기자I 2023.04.28 14:19:57

지배주주순이익 7201억...시장 컨세서스 8% 하회
충당금 5882억...1년새 115% 증가한 탓
연체율 및 부실채권비율 증가세...단기간 부담 축소 어려워
연체율 수준 감당 가능...중기대출 성장 지속 장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기업은행(024110)이 1분기 실적에서 부실에 대한 방파제인 충당금 증가에 발목이 잡혀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부실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할 수 없어 충당금 문제는 기업은행 실적과 관련한 주요 사항이 될 전망이다.

기업은행 충당금전입액 (자료=기업은행)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으로 7201억원을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밑돌았다. 기업은행의 1분기 시장 컨센서스는 7850억원 수준이었다. 기업은행이 시장 기대치보다 8% 정도를 못한 셈이다.

기업은행 실적 부진은 1분기 대규모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충당금은 대출이 떼일 경우를 대비해 쌓는 비용이다. 기업은행은 1분기 5882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적립했던 2773억원의 충당금 대비 115%증가한 규모다. 충당금을 2배 넘게 쌓았다는 얘기다.

충당금 가운데 2372억원은 경상 충당금이며 3510억원이 추가 충당금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추가 충당금은 9월 종료되는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대한 선제적 반영과 부동산PF 관련 충당금”이라며 “향후 상황에 따라 추가 적립 규모가 줄어들거나 환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당금은 쌓더라도(회계 반영) 회사 밖으로 유출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 부실이 적게 인식돼 환입(돌아온다)되면 향후 순익을 늘릴 수 있다.

기업은행 연체율 등
문제는 기업은행이 충당금 부담을 단시일 내에 축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준섭 애널리스트는 “현재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연체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은행 총연체율은 1분기 0.45%로, 전분기 대비 13bp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91%로 같은기간 6bp 늘어났다.

연체율은 은행 기준으로 음식숙박업(0.35%→0.90%)을 포함한 전반적인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했다. 다만, 연체율 상승폭 자체는 완만해 관리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0년부터 누적된 선제적 충당금전입액을 고려하면 관리 가능한 연체율 수준”이라고 말했다.

3월 말 현재 고정이하여신(NPL) 대비 은행 충당금 커버리지 비율은 150.6%로 전분기 대비 2.1%p, 전년 동기 대비 17.2%p 개선됐다. NPL커버리지 비율은 회사가 부실 대출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좋은 것이다.

기업은행 대출 현황
기업은행 관계자는 충당금 적립과 관련해 “미래위험에 대비한 손실흡수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추가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 향후에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성장 지속은 특수은행으로서의 장점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남영탁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독려하는 상황으로 기업은행은 견조한 원화대출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당국 예대율 규제를 받지 않는 특수은행으로 올해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타 은행 대비 양호한 수익성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1분기 NIM이 1.87%로 전분기 대비 11bp 하락했다. 반면 순이자마진 하락에도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줄지 않았는데, 이는 대출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분기 226조5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말 대비 2.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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