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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검역본부 등에 따르면, 당국은 2023년 1월 기준 유효한 법규 등을 토대로 공혈동물 혈액 생산·유통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했다. 20여년 간 동물혈액과 그에 기반한 치료제를 공급해 온 한국동물혈액은행이 최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면서 관련 논의가 급진전됐다.
검역본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동물 혈액제제 제제별 기준 및 정의 △동물용의약품 제조업 허가신청 구비서류 △동물용의약품 제조소 시설기준 △동물 혈액제제 제조품목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자료 △동물용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실시상황 평가신청 구비서류 등을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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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에선 공혈동물 복지와 공혈동물 착취 구조에 관한 논의가 전무했다. 간담회는 법 사각지대에 놓인 공혈동물 혈액을 어떻게 합법화할 것인지 업계에 의견을 구하는데 치중했다. 공혈견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혈액관리법’과 같이 동물혈액 비영리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소수 의견에 그쳤다.
◇해외 사례 살펴보니…동물혈액업, 법으로 규제
해외에선 공혈동물 혈액 관리와 복지가 어떻게 논의·규정되고 있을까. 국회 입법조사처가 무소속 윤미향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은 상업적인 공혈동물혈액업에 대해 엄격한 ‘법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은 수의학제제 규정(Veterinary Medicine Regulations)을 통해 국가 승인을 받은 상업적 동물혈액은행이 수의사 책임 아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채혈한 동물혈액의 생물학적 제제를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동물혈액은행이 승인을 받은 이후라도 시행 절차·시설·장비를 적합하지 않게 운영하거나 규정을 위반한 경우 승인을 취소·변경·정지할 수 있다.
또한 영국 정부는 2015년 6월 1일 혈액은행 승인 가이드를 발표하며 △건강한 공혈견에게 최소 3개월 간격으로 채혈할 것 △최소 25kg 이상의 공혈견을 대상으로 할 것 △공혈견에 대해 건강 점검을 하고 채혈 후 건강 상태를 확인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선 식품농업법(Food and Agricultural Code) 제9201조에 따라 상업적인 동물혈액은행의 허가 사항을 법률로 정하고 있다. 미국에선 혈액은행 설립 허가 신청 시 △최대 채혈시간과 채혈빈도, 채혈량 △공혈동물의 최소 건강기준 △채혈 시 진행되는 수의학적 조치 △공혈동물의 사회화·운동 프로그램 계획 등 준수 규약을 제출해야 한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계약된 규약의 준수 여부를 1년에 1회 이상 조사하며 각종 요건 위반이 적발될 시 설립 허가 및 제제 등록을 거절·정지·취소할 수 있다.
◇“정부가 공혈동물 유지를 방관하는 꼴”
국내에선 2017년부터 동물혈액 취급 업종과 채혈·공혈동물 보호 관리 지침 등을 마련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후 지난달 공혈동물의 착취를 근절하기 위해 반려동물의 헌혈 기부 문화를 장려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7년 간 공혈동물에 대한 부당한 처우 등을 지적해 온 한국헌혈견협회 강부성 대표는 “농식품부 가이드라인 어디에도 정작 혈액을 제공하는 동물들에 대한 얘기가 없다. 농식품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혈동물 유지를 방관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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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본부는 해당 가이드라인에 대해 “대외적으로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명확한 업무 처리를 통해 동물약품 업계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미향 의원은 “정부는 영리 목적의 혈액산업 규제와 공혈동물 문제도 동물혈액 문제와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농식품부가 동물단체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강제 채혈되는 공혈동물을 줄이는 등의 동물혈액 관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