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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시장의 현황과 주요 이슈’ 정책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 시장은 극도로 혼탁하게 운영되고 있다. 시장의 공시 및 불공정 거래 규제가 없어 사기 청약과 불완전 판매, 시세 조종 등이 모두 방치되고 있다. 국내에서 ICO는 금지되어 있지만 회사를 싱가포르 등 국외에 세운 뒤 국내에서 내부자 거래나 사모 청약을 하는 등 사실상 장외 판매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발행되는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신고서 격인 ‘백서’에도 중요 투자 위험을 기재할 의무는 없다. 김 연구위원은 “테라의 백서를 보면 투자 위험성에 대해선 기재되어 있지 않고 이 프로젝트에 대한 낙관적 전망만 설명하는 것이 전부”라며 “심지어 영문으로만 백서가 나와 언어 장벽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탈중앙화의 장막’ 뒤에서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익을 얻는 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분산원장 기술 기반의 탈중앙화된 유사금융행위에 대해서는 금융규제에 준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이해상충 문제 심각…“제도화 시급”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관리 아래 이뤄지는 디지털 코인 또는 발행 행위(IEO·Initial Exchange Offering) 역시 셀프 주관·심사·감독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는 발행인의 백서를 평가하고 승인한다. 또 투자자들이 해당 거래소의 플랫폼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한다. 상장 후 조달한 자금도 발행인에게 전달한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본시장의 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상장주관사의 역할을 모두 하고 있는 셈이다. 리스크 관리·투자자 보호·내부 통제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역할이 매우 다양해 이해상충 소지가 매우 크다”며 “거래소가 대표주관한 자산을 스스로 평가하고 스스로 승인하고 감독하는 위치”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적인 기관이 심사를 하고 예탁·청산·결제·중개까지 모두 하는 역할을 분리해야 한다”며 “일관성 없는 상장 심사와 기습 상장를 반복할수록 시장에 불신을 주고 거래소가 갖는 게이트 키핑 기능이 희석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같은 규제 공백을 메울 입법·규제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얼마나 체계적으로 조문을 하나하나 만드는 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며 “가능한 빨리 슬림한 제도를 만들고 가상자산 발전에 맞춰 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