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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에 증세 압박하는 黨靑..'옥상옥' 우려 현실되나

피용익 기자I 2017.07.21 16:48:45

증세론 군불때기..당·청 ''교감'' 분석 지배적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증세론에 군불을 때면서 경제부총리의 역할 위축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가 부활하면서 제기된 ‘옥상옥’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증세론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현역 의원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여당 대표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있다.

김부겸 장관은 지난 20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작심한 듯 쓴소리를 뱉었다.

그는 “재정 당국이 내놓은 조달 방안이 석연치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소득세 최고구간은 조절하겠다고 했고 법인세율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재원 조달 방안이)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우리 경제 현실을 정확히 알리고 좀 더 나은 복지 등을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증세 없는 복지’ 방침을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왔다.

추미애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추 대표는 같은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세·법인세 증세 방안을 밝혔다. 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 5억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0%에서 42%로, 법인세의 경우 과표 2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청와대도 화답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추 대표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여당의 건의에 대해 당·정·청이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협의’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당·청이 주도하고 주무부처가 따르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그동안 증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온 김동연 부총리는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그는 지난달 15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세,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아직 명목세율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증세론이 화두가 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김 부총리는 “(증세는) 민감한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청이 증세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경우 기재부도 다음달 초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에 증세 방안을 담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로 인해 경제부총리의 정책 장악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우려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슈퍼 실장’으로 불리는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가 부활하면서 일찌감치 제기된 바 있다.

정책실장은 부총리보다 낮은 장관급이지만 역할과 권한은 무시할 수 없다. 2명의 보좌관(경제·과학기술), 정책기획·통상비서관 이외 일자리수석·경제수석·사회수석을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어젠다를 총체적으로 관리·조율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여당이 앞장서 분위기를 조성한 증세론 역시 장하성 정책실장과의 조율을 통해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의 발언들이 이제는 모두 허언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와 장하성 정책실장이 지난 5월 30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마친 뒤 밖으로 나가면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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