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과 법무부 양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그날 자리는 사석(私席)이 아닌 공석(公席)이었다. “검찰 후배를 격려 차원에서 검찰국 관계자와 저녁 모임을 했다”는 것이 이 지검장 해명이고, “큰 수사가 끝나서 고생한 분들 위로 차원에서 만났다”는 것이 안 국장 설명이다. ‘격려와 위로’를 위한 것이니 분명히 업무의 연장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업무상 직거래할 근거가 없다. 검찰청법에는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법무부장관과 직접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 사이에 검찰총장을 둔 이유는 법무부가 일선 검찰청을 일일이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검찰과 검사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다. 검찰청법을 처음 제정한 1949년부터 지금까지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유지하는 조항이다.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은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을 배제한 채 공무를 본 이유를 밝혀야 한다.
검찰청법 규정대로라면 공석에서 두 사람이 만나기 위해서는김 총장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김 총장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 총장이 곧 물러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총장을 무시하고 두 사람이 직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 그렇다면 심각한 일이다.
검찰총장 임기보장은 검찰 독립의 상징이다. 임기가 7개월 넘게 남은 총장이 중간에 물러날 것으로 봤으면, 검찰 스스로 검찰 독립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당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든 행태다. 검찰조직내 2인자로 불려온 이 지검장이 스스로 검찰독립의 상징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날 자리가 공석이 아닌 사석이라서 해명이 필요 없다고 한다면 사안은 더 심각하다. 사석을 빌려서 상급기관과 하급기관 소속의 공무원이 돈을 주고받은 것이다. 돈이 제 주머니서 나온 것인지 법무부 예산인지 밝혀야 한다. 예산을 사사롭게 쓰며 공치사한 것이라면 처벌 대상이다.
문 대통령이 17일 법무부와 검찰청에 ‘돈봉투 만찬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질 일은 책임을 져야한다. 검찰개혁의 첫 단추가 어떻게 꿰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