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최근 여행주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상황에 빠졌다. 일본 열도에 계속되는 지진에 이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까지 여행주에 대한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이슈가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하나투어(039130)의 주가는 전날보다 8.87% 하락한 11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13일 이후 무려 20.42%나 하락했다.
비슷한 시기 모두투어(080160)의 주가는 22.41% 하락했고, 롯데관광개발(032350)의 주가는 12.1% 내리는 등 대부분 여행업종의 주가가 내림세를 보였다.
이처럼 여행업종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일본 혼슈 지역에서 규모 6.6의 지진이 발생한 시점(5월13일)과 일치한다. 이후 일본 지역에서는 도쿄 남쪽 해역에서 규모 8.5의 강진이 발생하는 등 5월31일까지 네 번에 걸쳐 크고 작은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지난 5월 일본 송출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하는 등 엔저 영향으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국내 여행객들이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빈번한 지진은 여행업종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지난달 20일 중동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메르스가 국내에서 처음 확진 환자가 확인되며 여행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특히 지난 1일 메르스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오고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더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흔히 여행업의 리스크에 대해 논할 때 질병과 자연 재해 등이 빠지지 않는데, 최근 여행 수요 및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악재가 동시에 발생했다”며 “단기적인 여행 심리 부진 가능성을 고려하면 3분기 실적은 소폭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은 현재 지진과 메르스로 인한 실질적인 여행 수요 감소가 감지되고 있지는 않아 여행업체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사스(SARS)’와 ‘신종플루(H1N1)’, ‘에볼라’ 등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도 주가는 일시적으로 급락했지만, 단기 조정을 거쳐 회복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전체 인원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8%, 54.6% 성장했다. 또한, 하나투어의 7월 예약율은 52.8%, 모두투어는 54.4% 증가하는 등 현재 시점의 지표는 준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인해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여행주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지만 5월 실적과 6~7월 예약증가율은 오히려 확대됐고, 순취소율 역시 평균 대비 축소돼 아직 악재가 예약 취소로 연결되지 않은 모습”이라며 “한국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상황을 조금 더 관망해 봐야겠지만, 여행객 숫자에 미치는 악영향은 지극히 제한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