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강신우 조진영 기자] 철도부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3일 부결되자 여야는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방탄국회는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새누리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민낯을 봤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 출범 후 여당은 여러차례에 걸쳐 체포동의안을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투표 역시 이러한 원칙 아래 개별 의원의 자율투표에 맡겼지만, 정작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이같은 장담이 무색하게 됐다.
새누리당은 당 지도부에 불똥이 튀는 것을 황급히 차단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체포동의안 부결 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기자와 만나 “의원 각자가 판단한 일이기 때문에 뭐라고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도 “본인은 영장실질심사 받으러 가겠다고 하는데 굳이 체포동의안을 통해 가야하느냐에 대해서 의원들의 마음이 좀 흔들린 것 같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구속수사를 해야 하느냐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숙 원내대변인도 “헌법기관으로서의 개별 의원들의 판단”이라며 “당론으로서 감싸는 것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여당에서는 새누리당 재적 의원 모두를 합해도 부결표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새정치연합의 전략적 반대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오늘 표결에 참석한 223명의 표 구성이 어떻게 된 것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며 “여당의 힘으로만 부결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부대표도 “사실상 반대표에 해당하는 표를 모두 합치면 150표인데, 우리당 재석수는 136명”이라며 “이런 상황을 두고 우리 당에게 모든 비난을 퍼붓는 것은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말로는 방탄국회가 없다고 하고는 행동으로는 조직적 부결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의 두 얼굴을 보여준 한 사례”라고 날선 비난을 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도 “국민은 무시당했고 철피아 척결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정말 충격적”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부결표가 나왔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한 두 명의 일탈을 당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유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의 조직적 부결이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결과”라며 “새누리당은 체포동의안 부결이 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재석 223명 가운데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 무효 24표로 부결처리했다. 이날 투표는 무기명 투표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