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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약사도 병원 같은 층 약국개설 막을 수 있다"…대법 첫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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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9.11 11:08:04

대법원, 인근 약국 약사들 ''원고적격'' 인정
"조제기회 공정배분 받을 이익" 법적보호대상 판단
1심 원고 승소→2심 소송 각하→대법 파기환송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병원과 같은 층에 개설되는 약국에 대해 인근 약사들이 개설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 여성의원 바로 옆 호실에 약국을 개설한 것을 두고 인근 약사들이 제기한 약국개설등록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들의 원고적격이 없다며 소송을 각하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인근 약국개설자인 원고들에게 신규 약국개설등록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상가 여성의원 바로 옆 호실에 약국을 개설하려는 약사가 영등포구보건소장으로부터 개설 허가를 받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기존 약사 2명은 의원과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약국이 개설되면 해당 의원 처방전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 제3호, 제4호에 위반된다며 처분 취소를 요구했다.

약사법 제20조 제5항은, 약국이 의료시설 안에 개설되거나(제2호), 의료시설 일부를 분할한 곳에 개설되거나(제3호), 의료시설과 전용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제4호)에는 약국 개설등록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례에 따르면 해당 약사법 조항은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을 방지하고, 의약분업제도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심은 인근 약사들의 손을 들어 개설 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인근 약사들에게 원고적격이 없다”며 소송 자체를 각하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 약국과 신설 약국은 각각 다른 건물에 위치하고, 해당 의원 처방전이 원고들 약국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 미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과 달리 법리적 보호 이익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약사법 제20조 제5항은 의료기관과 약국의 결탁에 의한 조제 기회의 집중과 독점을 사전적으로 방지함으로써 조제 기회의 공정한 배분을 통해 인근 약국개설자의 경제적 기반도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의 처방약 조제 기회를 공정하게 배분받을 기존 약국개설자의 이익은 약국개설등록처분의 근거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구체적 판단기준도 제시했다. “기존 약국개설자가 운영하는 약국이 신규 약국개설등록처분 당시를 전후하여 기준이 되는 개별 의료기관이 발행한 처방전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한 적이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원고적격을 부정해 소송을 각하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약국개설등록처분 취소소송에서 인근 기존 약국개설자의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판단기준을 대법원에서 처음 판시한 것이다.

이 사건이 파기환송됨에 따라 약사법 위반 여부 등 본안에 대한 심리가 새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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