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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인들이 괜찮다는데”…국회가 발목잡은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허용

김미영 기자I 2023.09.19 18:58:45

[대형마트 규제 역설]③대형마트 온라인 심야배송 허용 문제 도마 올라
민주당이 발의하고 민주당이 반대
식자재마트도 규제대상에 넣자는 국힘…“규제편의주의”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유통의 중심이 이커머스로 변화하면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무의미해졌지만 국회는 여전히 규제의 족쇄를 풀지 못하게 막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심야배송 허용문제의 경우 대형마트 규제 당시 이해관계자였던 중소유통업계도 찬성하고 있지만 야당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19일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는 지난달 21일 회의에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안을 개정을 논의했지만 야당 반대에 부딪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법안은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시간 규제(자정~오전 10시)를 푸는 내용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이 공동 발의했다.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는 심야 온라인 영업제한이 없는데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만 영업제한하는 건 역차별이란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또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을 규제해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동네 슈퍼 아닌 다른 온라인 유통업체에서 주로 소비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중소 유통업계는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시간대와 의무 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대신 물류 현대화, 공동마케팅 등 역량강화 지원을 받는 내용의 상생 협약에 서명했다.

하지만 산자위 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협약에 참여한 단체들의 대표성, 골목상권에 미칠 영향평가 부족 등을 이유로 딴지를 걸었다. 산자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도 찬성하던 법안을 정권 바뀌니 반대하고 있다”며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했다.

한 식자재마트 내부 모습(사진=연합뉴스)
시대에 역행하는 건 여당도 다르지 않다. 집중 규제를 받는 대형마트와 달리 식자재마트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지적에 오히려 ‘규제 확대’ 카드로 대응해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2명은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일정 규모 이상인 식자재마트도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적용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형 식자재마트가 영업시간의 제한 등 규제를 받지 않아 전통시장의 영세 상인들이 매출감소를 겪고 있단 이유였다. 국회에 따르면 A식자재마트의 매출은 2013년 1576억원에서 2019년 3164억원으로, B식자재마트의 매출은 같은 기간 403억원에서 1749억원으로 폭증했다.

하지만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소비패턴 변화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단 사실을 인정하는 대신 식자재마트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시키려는 규제편의주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채수근 산자위 수석전문위원은 “식자재마트는 중간 유통업자 없이 외식 자영업자 등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식자재를 공급하는 순기능도 가지고 있다”며 “규제 적용 시 중견·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소상공인 및 소비자의 편익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식자재마트와의 규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건 규제대상에 식자재마트를 포함해달라는 게 아니다”며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풀어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게 환경을 바꿔달라는 것인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역행적 규제를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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