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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울산공장 납품 거부에 돌입해 현대차는 일부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울산공장은 아이오닉 5와 제네시스, 팰리세이드 등 주력 차종을 생산하는 곳이다. 현재 울산공장 차량 생산라인은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현대차의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화물기사 70%가 화물연대 소속으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차량 생산 차질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아직 부품 수급에 문제는 없지만 완성차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광주와 화성, 광명 등 기아의 모든 차량 생산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차고지로 나르는 카캐리어 차량이 대부분 파업에 동참하면서 기아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신차를 차고지까지 운송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아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차량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 받았다.
화물연대가 조합원들에게 자동차 부품 관련 납품과 운송 거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부품업계도 비상이다. 완성차 부품업계 경우 1차 협력업체 83개사 중 약 60%(49개사)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상황이다. 영업적자를 낸 업체도 약 30%(24개사)로 업계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
부품업계는 화물연대가 부품조립 특성을 가진 완성차산업을 인질로 삼았다며 파업 철회를 호소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이날 호소문을 내고 “최근 화물연대 파업과 물류방해가 완성차부품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행정·사법당국에 화물연대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한 법 집행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약 3만여개의 부품을 조립해 생산되는 완성차산업은 부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 생산방식이기 때문에 단 하나의 부품이라도 공급되지 않으면 자동차 생산이 중단돼 여타 모든 부품업체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며 “절박한 생존의 상황에 내몰린 부품업계 종사자들을 위해서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운송 중단을 화물연대는 즉각 철회하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 완성차산업 볼모로 삼았다”
완성차업계는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등의 요구사항이 완성차업계 물류를 담당하는 화물차주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완성차업계는 화물연대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완성차산업을 볼모로 삼았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완성차업계는 1년 이상인 신차 출고 지연 현상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심화돼 소비자도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전날 입장문에서 “완성차업계의 가동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파업과 물류방해 행동이나 기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며 “이러한 요청에도 파업으로 인해 우리 업종에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 고발, 고소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만기 KAIA 회장은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시멘트 같은 업종은 국민 경제에 타격을 별로 주지 못하다 보니, 부품을 조립하는 생산 업종인 자동차 산업의 약점을 활용한 것 같다”며 “화물연대도 생존권 유지 때문에 행동에 나선 것이겠지만 자신들과 연관된 곳이 아닌 애먼 자동차 업계에 화력을 집중하니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완성차업계는 완성차 운송을 못하면 야적장에 차가 쌓여 둘 곳이 없어 생산을 하지 못하게 되고, 부품 운송을 막으면 그대로 차 생산을 못하게 된다”며 “부품업계 역시 계속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납품도 하지 못하니 새로운 캐시카우가 안 나와 더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