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물가 안정이라는 큰 틀에 밀려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다만, 정부는 공공요금을 무작정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인상 시기를 분산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20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공공요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체감물가를 안정시키고 물가 불안 심리 확산을 차단하는 데 총력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국제유가 73달러 전망…“올해보다 더 오른다”
올해 고공 행진한 국제유가는 내년에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주요 기관이 예측하는 내년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73달러다. 올해(70달러)보다 4.3% 높은 수치다.
|
정부는 내년 소비자물가가 2.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 추정치(2.4%)보다 0.2%포인트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물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되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공공요금 인상을 유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연료비연동제 도입 무색…1분기도 동결
연료비가 오른 만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올해 시행했지만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연료비가 급등했지만 기획재정부는 물가 상승을 이유로 공공요금 동결을 결정했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4조에 따르면 공공요금을 변경하려면 기재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물가 당국인 기재부에 요금 결정 권한이 있어 정책 우선순위가 물가에 맞춰지고 있는 셈이다.
|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당분간 공공요금 정상화보다는 높은 물가를 안정화하는 정책에 방점을 찍을 예정이다. 다만, 공공요금을 무작정 억제하는 것이 아닌 시기를 분산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억원 차관은 “공공요금을 무작정 억제하지 않고 시기를 분산하는 것”이라며 “물가 인상이 특정 시기에 몰리면 부담이 커지고 물가 불안이 확산해 인플레이션까지 작용하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가능한 평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부처책임제 도입…“생활물가 안정 도모”
정부는 내년부터 서민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물가 대응체계를 확대·개편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분야별 물가 ‘부처 책임제’를 도입이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석유류·내구재 등 공업제품) △농림축산식품부(농축산물·가공식품·외식) △국토교통부(공동주택 관리비) △금융위원회(자동차보험료) 등처럼 부처별로 소관 분야를 지정해 각 부처가 책임지고 수급을 관리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개념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농식품와 석유류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내년에도 이런 기조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산업부와 농식품부가 부처책임제의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